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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REALESTATE] 1억 안팎 집·땅 어디 없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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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서울의 한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 [중앙포토]

회사원 허모(47)씨는 3월 말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부곡동 일대 17평형짜리 빌라를 법원 경매로 낙찰했다. 낙찰 금액은 시세의 90%선인 8000만원. 간단하게 집을 수리한 뒤 보증금 1000만원과 월 50만원에 세입자를 구했다. 허씨는 "큰 돈을 들이지 않고 투자할 만한 곳을 찾다가 경매시장에 나온 소규모 빌라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취득.등록세 등을 부담하더라도 수익이 짭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에 1억원 이내의 소액 투자가 인기다. 시장 침체 여파로 위험성이 큰 고액투자보다 작은 규모의 투자금으로도 임대 수익 등을 올리려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소액 투자는 실패하더라도 손해가 적고 위험 관리가 쉬운 게 매력이다. 부동산시장 상황이 좋아질 경우 시세 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

◆경매시장에 '쌈짓돈' 투자 열기=소액 투자가 가장 활발한 곳은 법원 경매시장이다. 특히 감정가 1억원 이하의 서울.수도권 지역 소규모 연립.다세대 주택에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재개발 호재를 안고 있는 물건의 경우 입찰 경쟁이 치열하고 낙찰가율(낙찰가를 감정가로 나눈 값)도 상승세다. 최근 약세 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대형 아파트와는 대조를 이룬다.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에 부쳐진 서울 지역 감정가 5000만~1억원 미만의 빌라.다세대주택 등 주거용 건물의 평균 낙찰가율은 115.3%로 지난해 같은 기간(85.1%)보다 무려 30.2%포인트 올랐다. 이들 저가 주택에 대한 낙찰가율은 올 들어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1월 118.8%, 2월 108.3%, 3월 120.6%를 기록했다.

입찰 경쟁률도 지난해 4월 5.1대 1에서 지난달에는 6.9대 1로 높아졌다. 올 3월에는 8.6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경기.인천 지역 저가 주택(감정가 1억원 미만) 낙찰가율은 113.6%로 올 1월(99.8%)보다 크게 올랐다. 지난해 4월(80.5%)과 비교하면 33.1%포인트나 뛰었다. 특히 재개발 기대감이 높은 곳은 입찰자들이 몰려 평균 10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경쟁이 치열하면서 고가 낙찰 사례도 많다. 9일 경매에 부쳐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다세대주택(전용 12평)의 경우 19명이 경합을 벌여 감정가(2200만원)보다 3700만원 이상 높은 592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이 무려 269%에 달했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아파트에 비해 비교적 소액 투자가 가능한 데다 향후 재개발에 따른 시세 차익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수요가 몰리는 것 같다"며 "내집 마련 실수요자도 있지만 주택 여러 채를 사 임대사업을 하려는 투자자도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분위기에 편승한 고가 낙찰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메트로컨설팅 윤재호 사장은 "낙찰가율이 치솟으면서 낙찰가가 시세 수준에 근접한 경우도 많다"며 "시세 차익을 얻기 어려울 수도 있어 입찰에 앞서 최고.최저 입찰가를 미리 정해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소규모 오피스.토지시장도 기웃=일반 거래시장에선 소규모 오피스(사무실)가 쌈짓돈 틈새 투자처로 인기를 끈다.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세가 무겁게 부과되는 아파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데다 연 6~8%대의 비교적 안정적인 임대 수입도 올릴 수 있어서다.

실제로 서울 강남권과 여의도.용산.마포 등 주요 지역에선 사무실 수요가 늘면서 공실률은 떨어지고 임대료는 오르는 추세다. 부동산 서비스 업체인 샘스에 따르면 서울지역 전체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해 말 2.1%에 달했으나 올 1월에는 1.8%, 4월 말에는 1.6%로 낮아졌다. 이달 들어서는 1000평 이상 대형 사무실은 물론이고 소액으로 살 수 있는 소규모 사무실도 매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샘스 측 설명이다.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공인 이병호 사장은 "올 들어 1억원선에서 오피스를 매입해 임대로 놓으려는 투자자가 부쩍 늘었다"며 "임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려 당분간 소규모 오피스의 임대료 및 시세가 오름세를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소규모 땅을 사려는 투자자도 많아졌다. 특히 수도권에 있으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여주.양평군 등에서 투자 열기가 뜨겁다.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M공인 관계자는 "북한강 조망과 잘 보존된 자연경관으로 전원주택 부지로 인기가 높은 양평 일대에선 평당 40만~50만원짜리 임야 등을 150~200평씩 사들여 장기간 묻어두겠다는 사람들도 제법 된다"며 "투자금이 1억원을 넘지 않아 투자가 쉽게 이뤄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됐더라도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 다산서비스 이종창 대표는 "땅값이 크게 오르면 언제든지 규제가 가해질 수 있다"며 "이 경우 수요 감소로 투자금이 장기간 묶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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