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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아태지역 군비경쟁/중·일 뒤따라 대만도 최신병기도입 서둘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중동 제치고 세계최대 무기시장으로 부상
아시아­태평양은 냉전질서해체를 가져온 동서화해이후 군비경쟁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 캄란만에서의 구소련군의 철수,필리핀주둔 미군기지 폐쇄 등 힘의 공백이 발생하면서 아­태지역은 이같은 새로운 군비경쟁이 중국과 일본의 주도아래 이뤄지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러시아·프랑스 등 주요무기 수출국가들은 이들 지역 국가들을 상대로 무기판매량을 크게 늘리면서 아­태지역은 중동지역을 제치고 세계최대의 무기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경제개혁을 가속화하고 있는 중국은 지역강자로서 군사력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최고실력자 덩샤오핑(등소평)은 지난달 9일 비밀리에 대련을 방문,북해함대가 오는 9월 진수시킬 원자력 잠수함 건조현상을 찾아 관계자들을 독려했다고 전한다.
등소평이 노령에도 불구하고 중국 다섯번째 원자력 잠수함 건조현장을 찾은 것에서 그의 군사력증강 및 현대화작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알 수 있다.
등소평의 이같은 막후 행동은 후계체제 정립을 위한 기반굳히기 작업과도 연관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의 주요 정치적 사태는 항상 배후에 군부의 이해관계가 연관돼 있다. 등의 후계자로서 개혁을 이끌었던 고 후야오방(호요방)과 자오쯔양(조자양)이 잇따라 당총서기직에서 실각한 것도 보수색채가 강한 군부의 개혁작업에 대한 저항이 주요 이유였다.
경제개혁작업의 성공이 정치적 안정없이는 불가능한 조건에서 등소평은 「군사현대화」작업을 통해 군부의 개혁지지세력에로의 체질변화를 추구해왔다.
지난 85년이후 병력 1백만명 삭감을 실시해온 중국은 제2단계로 다시 30만명의 추가삭감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거둔 군사비절감분을 해군·공군력 강화에 재투입하고 있으며,특히 해병대·공수부대의 전력증강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구소련해체에 따라 북방으로부터의 위협이 해소된 중국은 그의 군사적 위세를 남방으로 집중시키면서 남사군도(스프라틀리군도)뿐 아니라 남중국해 거의 전체에 해당하는 80만평방㎞에 대한 영유권 주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의 올해 국방예산규모는 지난해보다 12% 늘어난 3백50억위안(한화 약 5조3천억원). 증액분은 대부분 러시아로부터 항공모함,수호이27기 72대,T72M탱크 4백40대,미그 31기 등을 구입하는데 투입되고 있다.
한편 자체적으로 무기수출대국인 중국은 지난 80년대 1백억달러의 무기판매 수입을 올린 것으로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는 집계하고 있다.
당총서기겸 중앙군사위 주석인 장쩌민(강택민)아래 30명으로 구성된 특별무기판매사정위원회를 두고,고도군사과학기술의 역할을 강조하는 한편,정치적 이해관계 없이 오직 상품으로서 제3세계에 무기를 판매하여 고소득을 올리도록 독려하고 있다.
중국 국방현대화가 양안간 군사 균형의 파탄을 가져올 것을 우려하는 대만역시 이에 대응,군비 경쟁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로부터 48억달러어치의 라파예트급 피리깃함 16척을 도입한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미라주 2000전투기 20억달러어치 구매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는 미국이 82년 중국과 협정을 맺고 대만에 대한 무기수출을 억제해온 틈을 타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도 최근 입장을 바꾸어 프리깃함 3척을 대만에 임대하는 것으로 시작,F16전투기의 대 대만 판매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구식인 미제 F104,F5E 전투기를 주력으로한 대만공군이 프랑스제 신형 미라주전투기를 구입하는데 미국도 방관하지 않을 자세다.
아­태지역에 연간 30억달러어치의 무기를 판매해온 미국은 앞으로 이 지역에 대한 무기수출을 늘려나갈 전망이다.
중국·일본·인도,그리고 남­북한의 군비증강이외에도 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네시아 등도 지역분쟁에 대비한 군비증강에 나서고 있다. 냉전의 유산인 중국­대만 및 남­북한간 대립을 열어 아­태지역은 세계적인 화해추세와 역행하는 무기경쟁에 휩쓸리면서 새로운 황금무기시장으로 변하고 있다.<홍콩=전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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