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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방송의 「비교육적」갈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교육방송이 위기를 맞고 있다.
교육방송에는 오래전부터 한지붕 세가족 형태가 계속돼 오고 있다. 한때는 KBS·한국교육개발원·통신대학이 세갈래로 나뉘어 편성과 제작에 불협화음을 냈었다.
그뒤 교육부가 교육방송을 직영체제로 「접수」하고 나자 기획편성은 교육부, 제작은 교육방송, 송출은 KBS로 3원화돼 여전히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부터 교육방송이 자체 송출에 나섰지만 교육부·교육개발원·교육방송등이 방송의 방향·내용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어 세가구 동거의 구조적 모순은 여전하다.
「교육은 개인의 성장은 물론 사회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 국민 각자로 하여금 미래사회에 대처할수 있도록 창의성과 자율성을 길러주고,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계승·발전시키며, 나아가 인류공영에 기여해야 한다.」
교육방송강령의 전문은 이렇게 밝히고 있지만 교육방송의 현실은 가장 비교육적이요, 반문화적인듯 싶다.
교육방송의 현안은 턱없이 부족한 예산, 열악한 제작여건, 만성적인 인력부족, 어정쩡한 법적위상, 교육방송에 대한 오해등으로 요약된다.
사실 오늘의 교육방송은 이름만 방송이지 방송국이 적어도 갖춰야 할·공간·시설·조직·재정·인력 가운데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교육방송을 「스튜디오 교사」로만 생각하는한 교육 프로그램 은 값싸고 재미없다는 인식속에 질적 향상을 기하기는 어렵다.
교육방송의 1년간 제작비가 TV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한편 제작비와 맞먹는다면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교육방송의 실상은 처음부터 영세하였다. 즉 상상력은 풍부하나 현금은 부족하고, 이상은 높으나 급료는 낮고, 프로그램 스케줄은 빡빡하지만 그것을 지원해줄 인력과 장비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일찍이 미국 매스컴학자 월버 슈람이 한 이 말은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존폐의위기에 서있는 교육방송의 위상과 운영체제가 다시 한번 바뀔것 같다(중앙일보 8월1일자).
정부와 여당은 교육방송을 독립된 법인체로 바꾸어 편성·제작, 그리고 송출을 전담할 한국교육방송원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교육방송의 위상재정립은 교육부에서 분리·독립되어 공사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영재원은 국고지원·수신료·공익자금·기부금·협찬광고등을 고려하되 반드시 법제화되어야한다.
90년 현재 공교육비가 8조7천억원에 이르고 사교육비가 9조4천억원이 넘는 나라에서 금년도 교육방송운영비 1백10억원이 모자라 재탕방송·인사파동·월급반납소동등 일련의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면 이는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교육방송은 제도교육의 보완 수단으로서 대단히 중요다. 그러나 공중파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고려할때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의 기관으로서 자리매김을 새롭게 해야한다. 교육방송의 일대개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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