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낙찰·감리 이대론 안된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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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행주대교와 창선대교 및 서울지하철 2호선의 균열사고로 우리나라 건설행정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우리는 사고의 경과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따지고들 여유가 없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공사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국민의 편익과 경제성장의 과실과 연결될 거대한 프로젝트들은 과연 안전한가 하고 자문하지 않을 수 없을만큼 모두 불안한 심정들이다.
이 기회에 정부는 주요공사에 대한 입찰과 감리 및 감독·건자재검사·하도급 문제 등에 대해 종합적이고도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사후수습대책이 관계 공무원의 인사조치나 벽산건설 등 관련기업의 책임추궁같은 미봉책에 그친다면 세계 건설시장에서 닦아온 한국의 명예를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선 현재의 감리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 특정 공사의 감리를 맡는 감리회사는 어떤 경우에도 그 결과에 책임을 지도록 관련 법규정을 고쳐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감리회사는 부실공사에 대해 적극적인 책임도 지지 않을뿐 아니라,또한 권한도 없다. 이런 상태에선 당초부터 안전공사가 진행되리라는 기대를 할 수 없게 되어있다. 우리나라의 감리제도는 지난 86년 독립기념관 화재사고가 나서야 일반시공감리 이외에 전면책임감리라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부실감리에 대해서도 책임이 없는 시공감리에 그치고 있다. 외국의 경우에는 설계에 따른 시공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리단의 철저한 확인없이는 공사가 다음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게 되어있다.
또한 감리요원들의 자격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건축기술추이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현장에 투입한다는 것은 앞을 못보는 사람에게 교통정리를 맡기는 것이나 진배없다. 인정상 건설부 퇴직공무원들에게 감리를 「위탁」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발상은 합리성과 효율성을 추구해야할 경제관료들의 위상을 여지없이 추락시켰다. 그럴바에는 외국의 감리단을 고용해서라도 공사의 안전도를 높일 수 밖에 없다. 국내 1백44개 감리회사들의 기술수준을 높일 수 있는 경쟁촉진 방안이 시급하다.
끝으로 현재의 저가입찰제도가 공사의 덤핑을 방지하는 가장 유용한 방안이냐에 대한 재점검이다. 예정가의 85%에 근접한 응찰업체가 공사를 따게돼 있는 현제도는 관에 대한 로비에 건설회사의 생사를 걸게 하는 제도다. 건설시장이 개방되는 내년부터는 어차피 최저가 입찰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1차 하도급 밖에 인정치 않는 각 공사장에서 2차,3차 하도급이 음성적으로 행해짐으로써 건설공사 부실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건설공사를 둘러싼 여러 문제점을 타개하는 근본대책이 조속히 강구되지 않으면 선진국 건설업체들의 한국시장 본격진출을 앞두고 우리건설업은 큰 위기를 맞게될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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