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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주룩주룩 - 남매의 사랑인가, 남녀의 사랑인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0호 14면

‘눈물이 주룩주룩’의 21세 청년 요타로(쓰마부키 사토시)는 여동생 가오루(나가사와 마사미)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 레스토랑을 열 꿈을 이루려고 하루 종일 고된 일을 하면서도 동생의 학비를 대고 정성껏 뒷바라지를 해준다. 가오루는 오빠의 사랑으로 밝고 건강하게 자라난다.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세파에 시달리는 요타로와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가오루는 어릴 때 부모의 재혼으로 만들어진 가짜 남매지만, 이 사실을 둘 다 모른 척한다. 진짜 남매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그들은 자신의 감정이 남매의 사랑인지, 남녀의 사랑인지를 놓고 내기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오루가 아직 미성년자이기에, 요타로가 목숨까지 거는 사랑의 정체는 끝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관객은 뻔히 아는 그 감정을 두 사람이 아닌 척하며 괴로워할 때, 코까지 막으며 흐르는 눈물을 멈추려 애를 쓸 때, 그들과 함께 울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들의 비극적 상황을 더욱 극대화하는 신파적인 연출은 슬픔을 강요하는 것 같아 오히려 주룩주룩 눈물을 흘리기 어렵게 만든다. 요타로는 가오루가 성년이 되기 직전, 동생을 돌보다 독감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러니까 어려운 내기는 결국 유보되고, 남은 건 오빠의 끝없는 사랑뿐이다. 부모와 여자들의 독차지였던 희생적인 사랑의 자리를 오빠가 차지한다. 진짜 오빠가 아닌 이 남자는 아버지이자 오빠 그리고 애인의 역할까지 하면서 오빠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여동생으로서는 애인이나 아내의 역할을 해야 할 부담이 없다. 말하자면 미성년 소녀에게는 더없이 이상적인 남자다. 희생의 미덕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도이 노부히로 감독은 신파조를 통해 요타로의 비현실성을 감추려 하는데, 그럴수록 현실감은 더욱 떨어진다. 하지만 2시간의 판타지를 거절하기에는, 어떤 역경에도 좌절하지 않고 씩씩하게 웃으며 상냥하게 말을 거는 요타로 오빠가 너무 매력적이다.

★★★ 감독 도이 노부히로 주연 쓰마부키 사토시ㆍ나가사와 마사미 러닝타임 1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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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에서 영화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경욱씨는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겸임교수이자 영화평론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표는 필자가 매긴 영화에 대한 평점으로 ★ 5개가 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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