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가 나라 살림 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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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 나라 살림에도 도움이 된다. 걷기를 통해 건강을 관리하면 병원을 찾는 환자가 줄고, 건강보험에서 지급해야 할 진료비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질병을 10%만 줄여도 연간 2조2000억원의 의료비와 1조6000억원의 간접 비용이 절감된다.

의료비 증가는 이미 정부의 큰 골칫거리 중 하나다. 고령화와 만성 질환의 증가로 최근 15년간 건강보험과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액은 10배가 늘었다.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고혈압.당뇨 등 만성 질환자 수는 7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고혈압 환자는 2002년 이후 3년간 33% 늘었고, 당뇨 환자는 23% 증가했다. 노인 90%는 스스로 만성질환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몇 년 내 해결될 문제가 아니어서 더 심각하다. 청소년은 체격은 커졌지만 체력은 약하다. 걷기를 비롯한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15~19세 청소년은 네 명 중 한 명꼴에 불과하다. 중학생 비만율은 1998년 15%에서 2005년 25%로 껑충 뛰었다. 서울대 연구에 따르면 현 추세라면 2010년 병을 고치느라 국민이 지출하는 돈은 연간 74조원에 이른다. 2030년에는 373조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건강보험 재정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건강보험은 1813억원의 적자를 냈고, 올해는 45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건강보험 적자는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커지면 건강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계 살림에도 주름살이 진다. 최희주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관은 "예방적 건강 투자를 늘리면 의료비가 절감될 뿐 아니라 인적 자본의 질도 높아져 국가 경쟁력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선 이미 걷기를 비롯한 예방적 건강투자를 통해 의료비를 절감하고 있다. 비만 관리가 우선이다. 싱가포르는 92년부터 각 학교에서 걷기를 비롯한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과체중 학생은 '비만클럽'을 통해 특별 관리한다. 싱가포르의 소아 비만율은 92년 14%에서 지난해 9%로 줄었다. 영국은 지난해 '건강 장관(Minister for Fitness)' 자리를 신설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건강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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