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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바둑산책< 「제3세력」장수영 입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제3세력」의 우두머리 장수영 8단이 9단으로 승단, 입신지경에 올랐다.
71년 봄 입단해 프로로 데뷔한 이래 만 20년만에 최고봉에 오른 것.
조남철·김인·윤기현·조훈현·서봉수·서능욱에 이어 일곱번째 9단 탄생이다.
이로써 국내에는 중국인 오송생 9단을 포함한 8명의 9단이 활동하게 되었다.
바둑의 단위는 왜 9단이 최고이며 9단을 입신이라고 하는가.
원래 동양의 숫자개념은 아홉이 마지막이다.
그래서 벼슬의 품계도 9품에서 1품까지였으며 구궁팔괘 등도 같은 맥락이다.
위기구품이라는 것이 있다.
중국 송나라때 장의라는 사람이 지었으며 현대에 와서는 단의 별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나가는 길에 참고삼아 살펴보자.
초단 = 수졸(자신의 부족한 점을 애써 지켜야함)
2단 = 야우(약간 어리석은 듯 하지만 나름대로의 노림수가 있음)
3단 = 투력(바야흐로 투력이 막강함)
4단 = 소교(잔꾀를 부릴줄 앎)
5단 = 용지(지혜를 쓸 줄 앎)
6단 = 통유(깊고 아득한 곳으로 통함)
7단 = 구체(빠짐없이 두루 갖춤)
8단 = 좌조(가만이 앉아서 바닥판속의 천변만화·삼라만상을 훤히 비춰봄)
9단 = 입신(신의 경지에 도달함)
장 9단의 승단은 시간 문제였다.
작년 봄에 이미 확정되어 있었던 셈이다.
작년 가을의 승단대회에 불참하고도 금년 1월부터 발효된 새 규정에 의해 대국없이 자동 승단했다.
장 9단은 우람한 체구에 「끈기와 온유」가 몸에 밴 동양적 인품의 소유자.
그의 바둑과 사람됨에 매료된 팬들이 많아 일찍이 「장수영 후원회」가 결성되었는가 하면 동양그룹의 바둑 사범을 맡아「동양증권배 세계프로 바둑 선수권전」의 산파역을 맡기도 했다.
여섯살때부터 바둑을 잘 둬 신동소리를 듣기도 했고 62년 조치훈이 일본 유학길에 오를 때에는 기념 3번기의 상대역이 되기도.
당시 장 9단은 국민학교 3학년 어린이였다.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기초를 착실히 다진 그는 중앙일보사 주최 학생 왕위전에서 우승, 「한·중·일 고교생 바둑대회」에 대표선수로 참가하면서 기력이 크게 진보해 프로의 관문을 통과했었다.
장 9단은 대기만성형의 기사다.
어릴때부터 장래가 촉망되던 그가 그 동안 동연배 서화현·서봉수의 그늘에 가려 크게 빛을 못보고 무관으로 지내왔으나 특유의 뚝심으로 줄곧 오지에 꼽히는 전적을 거둬 간판급 기사중의 한사람으로 자리해왔다.
이제 입신의 경지에 올랐으니 타이틀 몇개쯤 수중에 넣는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장 9단의 분발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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