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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만에 철마 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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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의·동해선 남북 철도 시험운행이 17일 시작된다. 16일 도라산역을 출발한 열차가 임진강 철교 위를 지나고 있다.강정현 기자

남북 분단으로 멈춰 섰던 경의선.동해선의 철마(鐵馬)가 반세기 만에 다시 달린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직후 철도 연결공사를 시작한 지 7년 만인 17일 첫 시험운행을 하는 것이다.

이로써 직항공로에 이어 도로와 철도가 차례로 연결돼 남북 간 물류 인프라가 갖춰질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열차 운행이 본격화되면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등과 연계돼 대륙 진출 철도망 구축을 꾀할 수도 있다.

◆ 투입 자금 얼마인가=철도 연결 공사에 든 직접비용만 5454억원이다. 이 중 1809억원이 북한에 지원됐다. 북측 구간의 철도와 경의선.동해선의 역사 여섯 곳의 건물.시설을 새로 건설해 줬다. ㎞당 53억5000만원을 쓴 셈이다. 북측의 철도 개.보수에 앞으로 총 3조원이 더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북한에 지원키로 약속한 비누.신발.의류 등 경공업 원자재 8000만 달러(740억원)와 쌀 40만t(1649억원)도 간접비용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지난해 5월 시험운행 합의를 막판에 뒤집었던 북한이 2389억원에 이르는 실리를 챙기려 일회성 시험운행을 수용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북측 구간의 건설비와 대북 지원 비용을 합친 액수가 4198억원에 이른다"며 "승객(200명) 한 명에 약 21억원의 시험운행 티켓값을 지불한 것"이란 비판까지 제기한다. 통일부는 "철도 건설비는 무상이 아닌 차관 형태 제공"이라고 해명했다.

◆ 시험운행 어떻게 하나=경의선.동해선에 각각 남측 100명, 북측 50명이 타게 돼 두 노선에 모두 300명이 탑승한다. 경의선 구간은 철도공사 소속 열차가 오전 11시30분 남측 문산역을 출발해 북한 개성역까지 간다. 남측 최북단인 도라산역에서 통행.세관검사 뒤 북한 최남단 역인 판문역에서 다시 북측 기관의 검사를 받는다. 시험운행이라 시속 10~20㎞의 느린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27.3㎞를 운행하는 데 1시간30분이 소요된다. 동해선에선 미리 북측 지역에 들어간 남측 손님을 태운 북한의 열차가 남측 제진역까지 운행한다. 열차는 기관차를 포함해 5량이다. 열차가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시점은 낮 12시15분 전후다.

◆ 재탕식 철도 행사에 비판 여론=철도 연결과 운행을 위해 '공사 착공→완공→시운전'은 당연한 통과의례다. 정부는 2000년 9월 남측 단독으로 경의선 착공식을 큰 규모로 했다. 2년 뒤에는 남북 공동행사로 착공식을 다시 치렀다. 2003년 6월에는 공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군사분계선에서 철로를 연결하는 행사를 했다. 그때마다 '남북 철도 연결'이라고 홍보했다.이번엔 수억원을 들여 이벤트 전문 기획업체에 진행을 맡겨 대대적인 홍보전까지 펼치고 있다. 북한은 단 한 차례의 시험운행만 허용한 상태라 추후 재운행이나 본격 운행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지난해 200명으로 잡았던 탑승 인원을 이번엔 절반으로 줄이는 등 시험운행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남북 장관급회담의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를 제외하곤 탑승자의 면면도 철도 관련 실무자와 대남 요원들이다. 또 남측 열차가 돌아올 때 북측 주민을 동원해 환송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이영종 기자 <yjlee@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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