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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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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청춘은 아름답다. 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수한 청춘이 꿈을 이루기에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감독 노동석)는 뒷골목 청년들의 꿈과 험난한 현실을 함께 보여준다. 제목처럼 현실은 비관적이지만 그렇다고 그냥 주저앉고 말기엔 청춘의 피는 너무나 뜨겁다.

종대(유아인)는 진짜 총을 갖는 게 꿈이다. 다른 사람을 해치려는 게 아니라 지긋지긋한 현실을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서다. 그에겐 친형처럼 의지하고 따르는 기수(김병석)가 있다. 드럼 연주자인 기수의 꿈은 머나먼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에서 드럼을 치는 것이다.

그러나 둘은 좀처럼 꿈을 이루지 못한다. 종대는 진짜 총을 구하겠다고 나서지만 보기 좋게 사기를 당하고 돈만 날리고 만다. 기수는 난데없이 형이 맡기고 떠난 조카를 키우게 되면서 꿈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그러던 중 종대는 김 사장(최재성)이 운영하는 퇴폐 안마시술소에 취직해 돌파구를 찾아보려 한다. 갑작스러운 폭력사건에 휘말리면서 종대는 마침내 총을 손에 넣는다. 그러나 꿈은 이뤄지지 않고 무서운 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영화는 우리가 자칫 잊고 지내기 쉬운 서울의 이곳저곳을 보여준다. 답답하게 시야를 가로막는 굴다리, 힘겹게 굽어 들어간 뒷골목, 가난을 여실히 드러내는 지하 단칸방, 남성의 왜곡된 성적 판타지를 구현하는 퇴폐 안마시술소 등이다. 이런 모든 공간은 주인공 청년들의 피곤한 삶과 탈출을 향한 꿈을 시각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17일 서울 스폰지하우스 종로(옛 시네코아)와 CGV강변, 부산 CGV서면에서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주정완 기자

주목!이장면 종대는 진짜 총을 구하기 위해 을지로 뒷골목으로 암거래상을 찾아나선다. 암거래상은 종대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정신없게 만든다. 그러다 종대는 물건을 받기도 전에 돈을 건네는 실수를 저지른다. 좁고 음침한 뒷골목을 배경으로 청춘의 어수룩함과 꿈의 허망함이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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