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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옷 e 속에서 살아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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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14일 오전 11시 동대문 청평화시장. 몇 년 전 같았으면 새벽시장을 정리한 상인들이 모두 곤한 잠에 빠져있을 시간이지만 지금은 활기가 넘쳤다. 달라진 것은 같은 디자인과 색상의 제품을 대량 구매하는 상인들보다는 여러 제품을 조금씩 사는 젊은이가 많아졌다는 점. 바로 온라인 소매상들이다.

과거 '패션 메카'라는 영예까지 얻었다가 최근 크게 위축돼 버린 동대문시장이 '온라인'에서 살 길을 찾고 있다. 과거 지방 상인들을 위한 도매시장에서 옥션.G마켓 등 온라인 장터에서 활동하는 상인들을 위한 시장으로 모습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동대문표' 의류는 이미 온라인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했다. 옥션에서는 '동대문표' 의류 거래액이 2004년 1000억원을 돌파했고, 거래량은 전체 의류 거래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G마켓에서는 의류 전체 매출의 30~40%, 거래량의 70~80%에 달한다.

온라인 거래가 커지자 새벽 장사에 치중하던 동대문 상가는 낮 영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온라인 상인들이 대개 밤에는 주문을 처리하고, 낮에 물건을 보러 나오기 때문이다. 도매패션몰 유어스는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였던 영업시간을 이달 초부터 오후 3시까지로 연장했다. 유어스 유선규 홍보팀장은 "옥션이나 G마켓에 입점한 온라인 소매상인의 70%가 낮에 시장을 찾는 것으로 조사돼 이들을 붙잡기 위해 낮 영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청평화.제일평화.디오트 등도 2~3년 전부터 낮 영업을 하고 있다.

동대문시장이 온라인 상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가격에 비해 좋은 품질과 소비자의 기호 변화에 빠르게 발맞추는 기획 능력 때문이다. 동대문시장에서 사온 옷만 팔아 온라인쇼핑몰 개인 사이트 1위('랭키닷컴' 집계 기준)를 달리는 '3B(www.3b.co.kr)'의 김성은(42) 사장은 "중국산 청바지를 팔아봤는데 거의 다 반품이 들어왔다"며 "원단의 질과 색감, 디자인 등에서 중국산은 동대문 제품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3B'는 지난해 4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직원이 30명에 달한다. 동대문패션디지털협회 전찬오(41) 사무국장은 "인터넷 시장은 소비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선호도가 높은 상품을 대량으로 처리해야 하기에 원단 구입부터 제조까지 이른 시간 내 처리할 수 있는 동대문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상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상인들이 직접 온라인을 꾸리는 경우도 많아졌다. 동대문에서 15년간 청바지 도매상을 한 조상원(37)씨는 올해 초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조씨는 "매장에서는 하루에 300~400개, 온라인에서는 하루에 100개 정도가 팔린다"며 "오프라인 매장이 자리잡는 데 10여 년이 걸렸으나 온라인은 불과 3~4개월 만에 목표를 달성했다"며 놀라워했다. 동대문 상인 중 20% 정도는 온라인 영업도 하고 있다. 동대문 상인들의 온라인 사업 진출을 위한 상가협의회의 지원도 활발하다. 동대문관광특구협의회는 한양대 대학원 e-비즈니스경영학과, 쇼핑몰 제작업체인 '메이크샵(makeshop.korea.com)'과 손잡고 상인들의 온라인 쇼핑몰을 무료로 만들어주고 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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