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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 잘해 통일 앞당기자”/김달현부총리 서울방문 이틀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냉방 안된 회담장 설명하자 수긍/종전과는 달리 세련된 매너 보여
입경 이틀째인 20일 김달현 북한 부총리 일행은 과천 제2종합청사로 최각규부총리를 예방한후 4일간의 산업시찰에 나서 물자교류·경협 등에 쏠리는 북한의 관심을 대변했다.
○…김 부총리 일행 9명은 20일 예정보다 조금 빠른 오전 9시47분 과천 청사에 도착,차에서 내린뒤 과천시내쪽을 보며 『여기가 기획원청사』냐고 묻자 한갑수기획원차관은 『경제부처가 다있는 과천』이라고 설명.
김 부총리는 이어 7층 부총리 집무실로 올라와 최 부총리와 함께 부총리 집무실 바로 옆에 딸린 소접견실로 들어가 사진기자들을 위해 잠시 포즈를 취해준뒤 환담을 시작.
김 부총리는 소접견실의 벽에 붙어있는 역대 부총리들의 사진을 가리키며 『여기서 일하는 분들이냐』고 물었는데 이에 최 부총리는 『경제기획원이 지난 61년 창설됐는데 초대 장관부터 전임장관까지 역임한 분들의 사진』이라고 설명.
○…남북의 부총리들은 이어 날씨 등을 화제로 잠시 환담을 나눴는데 최 부총리는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은 정부청사 내부가 몹시 무덥자 『손님을 모시는데 날씨가 더워서 미안하다』며 『올해 기름수입이 크게 늘어서 금년에만 약 1백40억달러어치가 수입될 것으로 보여 에너지절약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경위를 설명.
최 부총리는 이어 『국민들에게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청사는 올해 삼복더위에도 불구하고 에어컨을 안틀기로 했다』면서 『정부청사 전체가 에어컨을 안틀면 10만∼15만㎾의 전력이 절약되어 전체 발전량인 2천3백만㎾에 비하면 얼마 안되지만 정부가 에너지절약을 솔선수범하자는 뜻』이라고 말하자 김 부총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이 간다는 표정을 짓기도.
○…이에 앞서 19일 김달현부총리 일행 10명은 남한방문 첫날인 19일 우리측이 제공한 3대의 승용차와 1대의 미니버스편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오전 10시5분쯤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 앞에 도착,한 기획원차관의 영접을 받았다.
김 부총리는 환담장에서 남측지역 「평화의 집」과 북측지역 「통일각」의 이름을 확인한뒤 『둘다 이름을 잘 지었다』면서 『우리가 경제협력을 잘해서 통일을 앞당기자』고 말했는데 이에 한 차관이 『통일의 비료가 되려고 오신것 아니냐』고 하자 『통일의 비료도 뿌리고 수확도 하고…』라고 화답하며 웃음.
○…대우그룹 김우중회장은 이날 김달현부총리 일행이 힐튼호텔에 도착하기전 1층 레스토랑에 모습을 나타내 『김 부총리 일행을 공식 영접하는게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 일으키기도.
○…김달현부총리 일행은 이날 오후 2시50분쯤 우리측이 준비한 고급 승용차에 나눠타고 경찰 오토바이 10여대의 호위를 받으며 힐튼호텔을 출발,비원을 둘러본뒤 잠실 롯데월드를 관람.
오후 3시쯤 비원에 도착한 김 부총리일행은 안내원 백소영씨(24·여)의 설명을 들으며 40여분간 인정전과 대조전·부용지 등을 관람.
김 부총리는 다소 무더운 날씨 때문인지 웃옷을 벗어든채 손수건으로 연신 이마의 땀을 닦았는데 관람을 마치고 정문으로 돌아와 방명록에 「귀중한 민족문화 유산을 자손만대에 길이 전하자. 1992년 7월19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정무원 부총리 김달현」이라고 자필서명.
○…서울 하얏트호텔에서의 이날 저녁 만찬은 먼저 오후 7시부터 2층 아이리스룸에서의 양측 대표 6명씩 참석한 고위급회담에 이어 로터스룸으로 자리를 옮겨 약 10여분간 환담한뒤 튜립룸에서 양측 관계자 모두 참석한 만찬의 순으로 진행.
만찬에 앞서 열린 고위급회담에는 북한측에서 김달현부총리,정운업삼천리총회사총사장,리성대중국주재무역참사,김동국정무원책임지도원,림태덕대외경제협력추진위서기장,황보혁무역부부국장 등 6명이,그리고 우리측에서는 최각규부총리를 비롯,김종휘외교안보수석,임동원통일원차관,김태연기획원대외경제조정실장,강희복기획원 제1협력관 등 6명이 각각 참석.
이어 최 부총리와 김 부총리 등 양측인사 10여명은 만찬에 앞서 칵테일 파티장으로 옮겨와 환담을 나눴는데 최 부총리는 칵테일파장에서 김 부총리에게 진토닉을 권한 뒤 창가로 안내,한강을 내려다보며 『한강에 제1한강교 하나뿐이었다가 61년에 제2한강교를 놓았으며 지금은 인도교만 18개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
이어 최 부총리가 『도시가 커지고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한강에서 물고기가 죽어 시민들이 걱정하곤 했다』고 말하자 김 부총리는 『여름에 온도가 올라가면 산소가 부족하게 된다』며 과학적인 설명을 덧붙이기도.
이에 앞서 김 부총리는 최 부총리의 제의로 건배하면서 사진기자들의 플래시가 터지자 『오늘 태어난뒤 제일 많이 사진을 찍는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저녁 7시40분부터 시작된 만찬은 헤드테이블에 양측 부총리를 비롯,김동국정무원책임지도원,리성대중국주재무역참사 등이,그리고 우리측에서는 김종휘외교안보수석,임동원통일원차관,한갑수기획원차관,김태연기획원대외경제조정실장 등 모두 9명이 자리를 잡았고 나머지 2개 테이블에 북한대표 2명과 우리측 6명 등 각각 8명씩 배치.
최 부총리는 자리에 앉으면서 김 부총리에게 식탁을 가리키며 『중국식이 맞을지 모르겠습니다』며 말을 건네자 김 부총리는 『괜찮습니다.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먹는 편입니다』고 대답.
○…이날 만찬은 당초 예정 시간보다 30분이 늦은 밤 9시쯤 끝나 남북한 대표간에 심도있는 얘기가 오간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
우리측 참석자는 2시간30분동안 진행된 만찬장 분위기가 과거와는 달리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계속됐다고 전하고 『김 부총리 등 북한 일행이 경제전문가들로서 매너가 세련돼 있으며 과거처럼 신경질적인 반응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경제부·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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