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핵연료공급업체 지사장 카스파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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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핵연료공급업체인 프랑스 코제마사의 한국 지사장 질레스 카스파씨는 최근 한국 정부가 주민들의 반발로 핵발전소 건설부지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보면 답답하다.
지금도 전력을 아끼기 위해 큰 건물마다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고 있는 마당에 부쩍 늘어날 것이 뻔한 전력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소를 추가건설하는 것이 빠른 해결책이라는 것을 한국 정부나 많은 국민들이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의견차이로 삐걱거리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도 새로운 핵발전소나 핵폐기물 처리장을 세울 때마다 정부와 주민간의 마찰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카스파씨는 정황을 잘 이해한다.
카스파씨는 그러나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건 등으로 일반인들은 핵에 대해 「본능적인」 공포감을 갖고 있지만 사실 핵발전소는 생각보다 안전하고 환경문제도 없는 등 이점이 많다는 생각이다. 다만 「다른 고장은 몰라도 우리마을은 절대 안된다」는 지역 이기주의 탓도 있고 한편으로는 정부가 핵의 안전성을 홍보하고 국민의견을 듣는 자세가 부족한 것도 갈등의 한 원인이라고 그는 보고 있다. 이때문에 프랑스에서도 반핵운동이 활발하지만 정부가 핵발전소를 세울 때는 후보지역에서 공청회를 열고, 학교 보조금지원 등의 약속과 「고용에도 도움을 준다」는 식으로 홍보를 해 「겨우」 세운 뒤에는 우라늄 사용량 등 핵발전소의 모든 정보를 공개해 마찰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0년 11월 국내에서 「안면도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사건」을 지켜봤던 카스파씨는 『정부가 솔직히 현실을 얘기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석유는 나지 않고 연료소비가 많은 산업구조를 갖고있는 한국으로서는 여름철 「임기응변」보다는 정부와 국민사이에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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