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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세계화가 새로운 시대 정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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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최대의 문제는 통합의 빈곤과 비전의 상실입니다. 아무리 바람직한 의제라 하더라도 정치적 손익계산에 따라 찬성과 반대가 결정될 뿐입니다. 그 과정에서 다수의 보통 국민은 소외되고, 세계화의 충격이 가하는 까닭모를 불안 속에 대상을 찾지 못하는 분노를 겪고 있습니다."

국내 진보학계의 중견 연구자인 김호기(47.연세대 사회학.사진) 교수가 본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세계화 시대의 시대정신''한국 시민사회의 성찰'(아르케출판사)이란 두 권의 저서를 14일 동시에 펴내며 그는 "지난 20년간 우리 사회를 이끌어 온 민주화 시대는 종언을 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세계화'가 새로운 시대정신, 새로운 국가비전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책에는 우리 사회에서 진보적 개혁이 난항을 겪은 원인에 대한 그의 고민이 두루 담겨 있다. 개혁이 부진한 이유를 그는 세계화에 대한 진단이 미흡하고 대응이 적극적이지 못한 데서 찾는다.

예컨대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라든가 청년실업, 고령화, 저출산, 고용없는 성장 등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을 보면 대부분 세계화와 관련된 문제들인데, 이를 민주화 운동시대의 패러다임으로 풀려고 하니 풀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미 FTA만해도 1980년대식 '민주 vs 반민주'의 문제로 갈라 보며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큰 방향에서 보면 피할 수 없는 그같은 세계화의 흐름에 올라타면서 양극화와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자는 입장이다.

뉴레프트를 표방한 좋은정책포럼(공동대표 임혁백.김형기)의 운영위원장을 올해 초부터 맡고 있는 그의 화두는 '한국적 제3의 길 찾기'. 그의 오래된 화두는 이번에 펴낸 책에서 '지속가능한 세계화'라는 말로 표현을 달리해 제시됐다. 우파적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좌파적 반(反)세계화 사이에서 그는 중용을 찾고자 한다.

"지속가능한 세계화는 세계화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되 그것을 대내적인 사회통합과 적극 결합시키는 것을 뜻합니다."

지속가능한 세계화의 목표와 관련해선, 경쟁력 강화와 불평등 감소와 같은 서로 모순적으로 보이는 의제들을 결합해내는 데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세계화의 방향과 속도 등에 대한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고 했다. 예컨대 기업 측에서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노동자측은 임금인상을 제한하고, 정부는 이같은 타협을 적극 중재하는 방식 같은 것이다.

이번 두 책은 김 교수가 2000년 이후 각종 학회에서 발표한 원고와 언론 기고문, 에세이 등을 대폭 손질해 펴낸 것이다.

향후 그의 연구 주제엔 다소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그동안 시민사회의 역동성을 진단하는 연구를 많이 해왔는데, 지금은 세계화와 근대성의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동아시아의 근대성을 비교하는 연구를 해보고 싶습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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