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영화 중간에 삽입된 1분 남짓한 동영상물에서 김낙회(사진) 사장이 깜짝 출연했다. 축하 케이크를 들고 나온 탤런트 김아중이 모자로 얼굴을 가리더니 갑자기 김 사장으로 변신하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던지는 메시지. "크리에이티브(광고에서의 창조 활동)는 이렇게 놀라움을 주는 겁니다."
제일기획이 문화행사로 창립 기념식을 대신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그보다 CEO가 직접 연기를 하면서 메시지를 던지는 '파격'을 연출한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비교적 자유분방하다는 광고회사이긴 하지만 '관리의 삼성'분위기가 알게 모르게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이 이렇게 '쇼'를 한 건 그가 제일기획 CEO 중 최초의 공채 출신, 즉 정통 광고인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이다. 1976년 광고기획자(AE)로 제일기획에 들어온 그는 30여 년 만인 1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기념식 후 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전임 CEO들이 회사를 훌륭하게 키워왔다"고 치하하면서도 "내 임무는 더욱 광고회사다운 문화를 심는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실제로 취임 후 장기 휴가제를 도입하고, 회의 시간에 넥타이를 풀고 호칭을 '프로'로 부르게 하는 등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기에 힘썼다. 광고회사답지 않게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은 것 같다,'통풍이 잘 되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그의 취임 후 소회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이제 '지식 경제'가 아니라 '아이디어 경제' 시대"라고 강조했다.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 누구나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를 꿰는 창조적 아이디어가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회사의 비전을 '월드와이드 아이디어 엔지니어링 그룹'으로, 슬로건을 '아이디어를 위한 열정'으로 정했다고 했다. 김 사장은 "급변하는 매체 환경에 맞서 디지털 마케팅 사업을 강화하고, 글로벌 해외 인재 채용도 크게 늘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