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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 선거선심에 이용말라(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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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들어 집권 민자당과 정부가 농촌지원 및 중소기업 문제에 집중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당정협의 과정에서 나온 대책들이 자칫 경제의 효율성에서 크게 벗어나거나,지금까지 정부가 견지해온 정책의 골간을 밑둥에서부터 흔들어 버리지 않을까 하는 위험성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루어지고 있는 농어촌 지원책은 각종 규제의 대폭완화라는 다분히 선심행정에 치우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으며,그러한 현상들이 개방농업의 부작용을 치유하려는 우리들의 노력을 약화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는 총 42조원이 투입되는 농어촌 구조조정 사업의 줄기인 농업진흥지역(현재의 절대농지에 해당)지정을 관련법이 규정하는 바에 따라 올해말까지 종결키로 약속했다. 그러나 일부 농민들의 반발에 부닥치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재조정」을 위해 그 기간을 내년말까지 연장함으로써 당초의 사업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정책에 따르다가는 재산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일부 농민들의 걱정을 불식시키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정은 진흥지역의 경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약속했던 경지정리에 필요한 자금의 전액 국가지원 방침에 이어 추곡수매 물량의 추가 배분,농지매매 및 농기계 자금의 무상 또는 우대지원 방안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현재 여러가지 증명을 받도록 돼있는 토지거래 허가지역내 임야 및 농지거래에 대해서는 매매증명만으로 토지거래를 허가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토지거래 허가구역내에서까지 농지를 사고 팔면서 거개가격과 취득목적을 속이고,심지어는 친척을 가장한 위장증여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터에 당정이 규제완화 조치까지 마련한다면 현재 가격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농지의 투기붐을 조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그린벨트에 관한 규제도 풀어 상품창고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든가,자연녹지 지역이라도 「녹지보전에 지장이 없는 지역」은 준공업지역으로 바꾼다는 계획이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정말 불파기한 일인지,또는 농정·건설행정이 여당의 선거전략에 따라 흔들린 것은 아닌지를 따져야 한다.
지금 농촌에서는 양파·감자값이 폭락하고 있으며 유휴농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이 문제가 여야의 선거전략에서 정책 개발의 주요 표적이 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농촌의 구조조정문제는 90년대의 긴박한 현안이란 점에서 경제논리를 기반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3년전 여야당이 앞다투어 농어민 부채경감을 해주었으나 결국 예산만 축나고만 전력이 반복되는건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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