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소송이 진행되면서 정씨의 채무가 481억원 이상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법원은 부족한 인지대 1억6888만여원을 내라고 명령했다.
이에 불응한 정씨는 "인지대를 낼 돈이 없다"며 법원에 소송구조를 다시 신청했고,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기각됐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정씨가 조세채무 2400억여원을 부담하고 있는 등 자금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소송구조는 '자금 능력 부족' 외에도 '패소 가능성이 낮을 것'을 요건으로 하는데 이 점이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결국 서울중앙지법은 정씨의 소송구조 신청을 기각하고 신한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도 각하했다.
국세청 공무원 출신으로 한보그룹 회장을 지낸 정씨는 97년 한보철강 부도 사태 이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 2002년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박성우 기자
◆소송구조=자금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법원이 재판비용.변호사 및 집행관의 보수 등을 유예해 주는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