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발전 가계엔 주름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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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스페인 국민들에게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올림픽 개막을 10여일 앞두고 스페인 국민들은 벌써부터 이번 대회의 득실을 따지느라 여념이 없다.
올림픽 준비로인한 투자가 도시 발달을 앞당겼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과다한 투자로 앞으로 상당기간 경기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바르셀로나 시는 이번 올림픽을 도시 및 경제개혁의 일대 호기로 보고 지난 6년 동안 80억 달러(약 6조4천억원)을 쏟아 부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투자한 만큼 과실을 거두었다고 자평하고 있는데 가장 내세우는 것이 실업자 구제.
인구 1백70만 명인 바르셀로나는 경기침체로 기업 도산이 속출하는 가운데 70년 이후 4만2천 명이 도시를 떠나는 등 쇠퇴 일로를 걷고 있었다.
그래서 정치인들과 시 당국은 일부 시민들의 방대에도 불구하고 바르셀로나 재개발작업에 착수했다.
경제학자 페란 브루씨는『올림픽이 없었더라면 2000년이 되어도 이 같은 도시개발은 결코 없었을 것』이라면서『고속도로 등 도시 기반시설 확충이 가장 큰 성과』라고 분명히 말한다.
사실 86년 이후 바르셀로나 모습은 엄청나게 변했다.
우선 20억 달러(약1조6천억 원)가 투자된 도시외곽 고속도로·터널은 혼잡한 도심교통량을 15%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 9억2천만 달러(약7천3백60억 원)를 들인 덕분에 완벽한 첨단 전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뿐만 아니라 호텔 객실수도 15%나 증가했으며 스페인에서 가장 높은 44층의 쌍둥이 고층빌딩이 새로운 명물로 탄생했다.
하나는 최고급 호텔이며 다른 하나는 금융센터로 이용될 예정이다.
그리고 지중해 연안 4km의 버려진 바닷가가 5개의 훌륭한 해수욕장으로 탈바꿈했다.
2억4천만 달러(약1천9백20억 원)가 투입된 공항터미널 신축, 국제규모의 역사(역사)개축은 바르셀로나 얼굴을 한걸 밝게 바꾸었다.
시민들에게 돌아간 직접적인 이익도 이에 못지 않다.
각종 대규모 사업 실시로 전체 실업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5만 명을 고용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올림픽 선수촌으로 이용될 2천12개 객실의 아파트는 올림픽이 끝난 후 시민들에게 분양돼 주택난을 완화하는데 한몫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백60억 달러(약20조8천억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처럼 긍정적인 측면이 강조되고 있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선소비자 물가가 지난 6년사이 무려 42%나 급등, 시민들이 극심한 물가고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주택 가격도 2배 이상 뛰어올랐고 건설비용도 62%나 올랐다.
덩달아 사무실 임대료도4곱절이나 뛰어 사무실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게 됐다.
게다가 올림픽 이후 실업자 증가, 시민들에게 돌아갈 세금부담 또한 풀어야할 숙제로 등장했다.
『올림픽으로 도시 자체는 발전한 것이 분명하지만 시민생활은 더욱 어렵게 됐다』는 바르셀로나 시민의 한마디가 시민들의 입장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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