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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법·자금행방 함구/점입가경… 땅사기 수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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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국민·제일 이해얽혀 못밝혀”/정씨 철원서도 부대인접 땅매입/유력자 동원 밀어붙인 흔적 역력
○언론알면 혼란초래
○…정보사부지 사기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 이명재부장검사는 8일 오후 국민은행 정덕현대리가 돈을 빼돌린 수법과 자금행방 등에 대해 『사건관련 기관인 국민은행과 제일생명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상태이므로 정확한 물증이 나오기까지는 일절 밝힐 수 없는 입장』이라며 함구.
이 부장은 『정 대리가 빼돌린 2백30억원에 대해 국민은행과 제일생명중 어느 쪽이 책임을 져야할지 소송까지 벌어질 미묘한 상황에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언론에 흘러나갈 경우 혼란만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
○군청선 뒤늦게 법석
○…철원군은 이번 사기사건의 주범격인 정건중씨가 토지거래신고·허가지역인 갈말읍일대 두곳의 목장부지와 임야를 군청에 아무런 통보나 신고없이 매입한 사실이 드러난뒤 상부로부터 『어찌 된거냐』는 전화가 빗발치자 지도 등을 펴놓고 확인하느라 야단법석.
군청의 한 관계자는 『이 지역은 군부대가 인접,명확한 땅 이용계획서나 든든한 「백」이 있어도 거래허가를 얻기가 쉽지 않은 곳』이라며 『정씨가 일단 땅을 사놓은뒤 유력인사 등을 동원해 허가문제 등을 유야무야시키려 한 것 아니겠느냐』며 정씨의 배짱에 고개를 설레설레.
○알고보니 고졸학력
○…미국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은 교육자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다녔던 정건중씨는 검찰조사결과 고졸학력이 전부인 것으로 드러나 수사관들마저 정씨의 사기성에 혀를 내두르기도.
정씨는 강원도 원주에서 고교를 졸업한뒤 미국으로 건너가 합기도장과 24시간 편의점 등을 운영하다 70년대 후반부터 「교육사업가」를 자칭하며 국내를 드나들었다는 것.
더구나 친형인 명우씨조차 『동생을 자주 만나긴 했으나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할 정도로 비밀에 싸여 활동.
○정씨 집서 문서 발견
○…정건중씨(47) 일당은 정보사부지 사기사건이 탄로나기 한달전인 5월초 서울 방배동 일대 공원용지 2만여명을 대상으로 6백억원대에 달하는 「제2의 사기극」을 벌이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의 한남동집에서 발견된 「부동산매매 추진방안」이라는 문서에 따르면 정씨는 현재 공원용지로 묶여있는 방배동 산 84의 11,84의 11,85의 1 등 11필지 2만4백평을 사들인뒤 「공원용지 해제·고층아파트 건설보장」등을 미끼로 또다른 사기극을 계획했다는 것.
이 계획서에는 공원용지를 평당 2백80만원에 매입한뒤 되팔 때는 계약금 1백50억원을 비롯,중도금·잔금지급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기록.
○“설마 하던 일 터졌다”
○…하영기사장이 정보사부지 매입사실을 사전에 알았었다는 사실이 전해진 제일생명본사에는 직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설마하던 일이 터졌다』며 이 일이 회사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해 걱정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9층회의실에서 보험감독원의 특검이 연일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회사 이사급이상 임원들은 대부분 사무실을 비운채 외부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앞으로의 사태추이를 전망하는 모습.
○하 사장 자진 출두
○…하 사장은 9일 오전 10시쯤 부하직원 5명과 함께 서울지검에 자진출두.
하 사장은 『윤 상무의 주장대로 사전에 정보사부지 구입계획을 알고 있었느냐』는 보도진들의 질문에 『사직당국에서 사실대로 말할테니 사직당국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하 사장은 또 『이번 사건과 관련,말못할 사정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짤막하게 대답.
한편 이날 하 사장의 출두과정에서 사진기자들과 하 사장의 수행직원들간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져 조선일보 사진기자와 MBC 카메라기자 등 두명이 입술이 찢어지는 등 폭행을 당하기도.
○“원소유주 알 수 없다”
○…이번 사건으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게 된 서울 서초동 정보사부지 3만2천평 가운데 3만1천평은 지난 70년 징발된 땅으로 밝혀졌으나 검찰은 원소유주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고 발표.
검찰은 원소유주가 나타날 경우 국방부와의 수의계약을 통해 환매할 수는 있으나 원소유주가 징발당시 현금으로 보상받았을 경우에는 10년내에만 환매가 가능해 현재로선 수의계약 체결이 불가능하며 다만 공채로 보상받았다면 언제든지 국방부와 협의,수의계약을 맺고 땅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설명.
○배후설 계속 잡아떼
○…정보사부지 사기매각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받고 있는 전 합참군사분석실 자료과장 김영호씨는 검찰에서 『91년 12월 중순 현재 수배중인 곽수열씨(45)의 소개로 정씨일당을 만났으며 토지브로커 임환종씨가 부추겨 92년 1월10일 구체적으로 범행에 가담케됐다』고 주장,항간에 떠도는 배후설을 끈질기게 부인.
김씨는 『지난해 5월 당시 이종구국방장관이 정보사이전계획을 백지화한다고 발표했으나 정보사이전은 언제라도 다시 고려돼야할 사항으로 생각했다』며 수배중인 김인수씨(40)가 매매계약서에 도장만 찍어주면 모든 것을 해결해주겠다고 호언해 이를 믿고 일을 추진했다고 진술.
○김영호씨 지친 모습
○…8일 오후 구속영장이 집행된 김영호씨는 지난 6일 국방부로부터 검찰로 신병이 인도될 당시의 꼿꼿한 모습과는 달리 연 이틀동안의 철야조사로 수염도 깎지 않은채 몹시 초췌하고 지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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