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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사부지 사기 철저규명을(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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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보사 부지사기 사건은 갈수록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제일생명의 피해액도 당초 2백30억원을 훨씬 넘는 4백73억원에 이르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개인도 아닌 거대 금융기관이 이런 사기극에 말려들게 되었을까. 무엇이 제일생명으로 하여금 브로커들이 제시한 정보사 부지매매계약서,관련 각서들을 믿게 만들었을까. 지난달 25일 전 합참군사연구실 자료과장 김영호씨가 다른 정보사부지불하사기사건에 관련된 것이 드러나 홍콩으로 도주했는데도 제일생명이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은행과 제일생명간의 엇갈린 주장은 어느 쪽이 옳은가.
의문,의혹은 한 두가지가 아니며 사건의 내용은 복잡다단하기 짝이 없어 도무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당국은 시급히 수사체계를 일원화해서 수사를 급진전시켜야 한다. 현재 이번 사건에 관련된 어음의 액수가 2백40여억원이나 돼 수사를 오래 끌면 끌수록 많은 피해자가 생기게 되어 있다.
우리가 보기엔 수사가 제각각이어서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현재 검찰은 이 사건을 단순고소사건으로 접수해 피해자조사를 벌이고 있고,경찰은 국민은행의 감사결과에 따른 횡령부분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은행감독원은 국민은행을,보험감독원은 제일생명을,국방부의 합동조사반은 김영호씨에 대한 조사활동을 진행중이다. 나름대로는 해야할 일을 하고 있는 셈이나 이런 분리된 수사나 조사로는 빠른 시일안에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기가 어렵다고 본다. 수사공조를 가능케 하는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로 수사의 효율을 높일 것을 촉구한다.
또 이번 사건은 군을 포함한 정부당국이 정책내용을 그때 그때 신속히,그리고 정확히 국민에게 알려줄 필요성이 있음을 새삼 일깨워준다. 정보사 부지만해도 지난 89년이래 사회에 드러난 큰 사기사건만 4건이나 되고 입건된 사기범만도 1백여명에 이른다.
이는 결국 행정과 정책의 내용이 불투명했던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군관계 일이라해도 일반 시민의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하고 공개적인 설명과 합리적인 처리를 함으로써 사기사건이 일어날 소지를 없애줄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는 제일생명과 같은 거대한 금융기관이 비정상적인 방법과 절차를 통해 토지를 매입하려 했다는 사실 자체부터가 문제라고 본다. 지난 90년 5·8조치에 따라 보험회사가 20억원이상의 부동산을 매입할때는 10일 이내에 재무부에 신고하게 되어 있으나 제일생명은 그런 신고조차 하지 않았음이 드러나고 있다.
사기꾼이 발붙이기 어렵게 하는 행정의 투명성,권력의 공정성,기업의 건전한 정신만이 사기사건을 줄일 수 있음을 이번 사건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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