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완역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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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여행기』가 국내 최초로 완역돼 출간됐다. 『걸리버 여행기』는 『로빈슨크루소』와함께 18세기 영국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소설이다. 소인국·대인국등 기발한 착상과 함께 사회제도와 인간본성의 부패한 부분을 풍자한 이 작품은 풍자부분이 삭제된 채 우리에게는 단순치 재미있는 아동문학으로만 알려져 왔다.
문학평론가 신현철씨가 도서출판 문학수첩에서 펴낸 이번 『걸리버 여행기』는 원본을 완역, 성인풍자문학의 면모를 보여준다.
당시 유행하던 로코코 양식의 화풍으로 그린 삽화도 원본대로 살리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1667년 더블린에서 영국계부모아래 태어난 스위프트는 성직자·정치가·언론인으로 17∼18세기 영국을 주름잡다 미치광이가 되어 78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어리석은 자, 광인의 집을 세우노라. 이것으로 비아냥거림을 나타내노라. 그것을 필요로하는데는 이 국민보다 더할데가 없음을』이라고 유서와 함께 유산을 전부 정신병원 설립자금으로 내놓았을 정도로 스위프트는 제도·인간등 세상 모든 것을 부패하고 미친 것으로 보았다.
1727년펴낸 『걸리버 여행기』는 이러한 스위프트의 세상혐오를 가장 잘 드러낸 작품. 작은 사람들의 나라, 큰 사람들의 나라, 하늘을 나는 섬의나라, 말들의 나라등 4부로 구성된 이 작품은 기발한 착상의 환상적인 여행을통해 학문·권력·종교등 제도는 물론 인간성을 통쾌하게 꼬집고 있다. 출판업자와 함께 감옥에 갇힐 것을 각오하고 펴낸 이책 때문에 발표당시부터 풍자적인 요소는 많이 삭제될 수밖에 없었다.
18세기 영국사회였든, 아니면 지금 우리 사회든, 제도와 인간자체를 풍자해 「동화」로 남기를 강요받았던 『걸리버 여힝기』가 이번 완역을통해 우리에게 통렬한 풍자문학으로 다시돌아오게 됐다.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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