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청소년에 “새삶의빛”/보호선도대상 받은 「사랑의 일꾼」오주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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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1년간 발로뛰며 「음지」 보살펴/소년가장 등 2백97명 장학금/부산지검 선도위원… “남 도울때 가장 기뻐”
11년을 한결같이 불우·비행청소년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이들에게 밝은 내일이 있음을 일깨워준 소년선도위원에게 중앙일보사·법무부가 공동제정한 제3회 보호선도대상 대상의 영광이 주어졌다.
청소년들을 자극하는 유혹이 널려있는 암울한 사회환경 속에서 빛나는 덕인으로 칭송받는 주인공은 특수플래스틱 도료생산업체인 부산 삼성화학대표 오주언씨(53).
『남을 도울 때가 저에겐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기쁨을 추구하다 상을 받게 되니 그저 부끄러울 뿐입니다.』
평소 남다르게 청소년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던 오씨는 81년 법무부가 처음 소년선도제도를 도입하자 「바로 이 일이 내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곧바로 부산지검에 소년선도위원으로 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때부터 오씨가 보여준 이타행은 말 그대로 헌신적인 것이었다.
부산·안산에 생산공장을 두고있는 오씨는 「회사보다 선도위원 상담실로 가는 길을 더 잘아는 사람」이라고 불릴 만큼 부산지검 소년선도 상담실로 거의 매일같이 출근,교육상황을 일일이 확인하고 월말마다 「선도활동평가회」를 개최하는 열의를 보였다.
지난해 강도·폭행혐의로 부산지검에 구속됐다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석방된 김모군(19)의 경우 오씨의 보살핌으로 거듭 태어난 대표적인 케이스.
공사장 인부로 일하는 아버지,공장에 나가는 어머니,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형의 틈새에서 고민하던 김군은 결국 불량배로 전락해 길가던 학생들을 구타하고 금품을 빼앗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김군은 오씨의 간곡한 설득·정성에 감복해 새 삶을 살기로 굳게 약속,오씨의 주선으로 용접공으로 취직했고 그로부터 한달뒤 난생처음 받은 월급을 선도위원실로 가지고와 고마움의 눈물을 흘렸다.
오씨가 지역사회에서 특히 「사랑의 일꾼」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86년 5월 자신의 호를 딴 삼천청소년대상을 제정하면서부터.
인의봉사·경로효친·소년가장 등 10개부문에서 이제까지 모두 2백97명의 모범청소년을 선발,장학금 5천여만원을 지급했고 6천여만원을 들여 이들의 모범수기를 담은 책자를 발간했다.
오씨는 또 86년부터 해마다 월천선문예대상이라는 글모음잔치를 마련,모두 9백명의 「소년문사」를 발굴,장학금 4천여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오씨는 또 수시로 소년원·고아원·양로원 등을 방문,의류·식품 등 선물을 건네는 것도 잊지않아 「발로 뛰는 선도위원」으로 더욱 유명하다.
오씨는 청소년 범죄예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소년선도위원들과 함께 청소년선도캠페인을 전개하고 가두방송을 실시하는가 하면 역주변을 중심으로 등·하교길 학생보호운동대회를 꾸준히 벌여왔다.
『기성세대들은 청소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주변에서부터 청소년들의 가슴에 와닿는 프로그램을 개발,청소년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청소년선도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씨는 이같은 자신의 선도철학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조만간 「어머니대학」 같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정을 마련,청소년문제를 근본에서부터 다시 파고들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부산=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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