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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준비상황과 문제점(92올림피아드 바르셀로나:4)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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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설치는 테러단/「반정분자」폭발물 찾기 “초비상”/올들어 60명 사상… 거리 곳곳 불심검문/선수촌 철망 참새만 앉아도 경보울려
【바르셀로나=문일현특파원】 바르셀로나시 중심가 람브란스거리. 거리의 악사들과 광대들이 펼치는 일거수 일투족에 폭소와 음악이 넘쳐 흐르는 산책로에 갑자기 경찰차량이 나타난다. 곧이어 방탄조끼에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2인조 경찰이 거리모통이에 서있던 30대 남자를 강제로 연행하자 축제분위기의 람브란스 거리는 일순 긴장감에 휩싸인다. 이같은 불심검문은 1시간 사이에 몇차례나 계속됐다.
올림픽을 20여일 앞둔 바르셀로나 거리는 겉으로는 번화하고 평온하기 그지없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폭탄테러의 공포가 시민생활 구석구석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스페인내 테러조직들이 올림픽 파괴를 선언,최근들어 테러활동을 부쩍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월25일 마드리드시내 한복판에서 바스크족 테러단체가 장치한 폭발물이 폭발,경찰관 7명과 시민 3명 등 10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하루 뒤인 26일 올림픽 개최지인 바르셀로나 시에서는 또 다른 단체에 의해 공공기관이 폭파됐고 6월27일에는 로마의 스페인계 기업 3개소에 배낭폭탄이 투척돼 경찰관 9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각종 테러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72년 뮌헨올림픽때 「검은 9월단」의 테러로 무고한 선수단을 희생시켰던 이스라엘은 국가정보기관인 모사드를 바르셀로나로 급파,올림픽 기간중 자국 선수단의 안전대책을 직접 확인하기로 했으며,서방국가들도 안전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올림픽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테러단체는 자치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바스크족의 ETA(「조국과 자유」라는 뜻)와 올림픽 개최지 바르셀로나가 속해있는 카탈루냐주의 독립을 요구하는 「테라 리우레」(「자유의 땅」) 및 극좌단체인 그라포(GRAPO) 등 3개단체.
로마테러가 있은 직후 ETA측은 현지언론에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히면서 다음차례는 올림픽 수송을 전담하고 있는 「투르 드 프랑스」가 표적이라고 공개적인 도전장을 던져놓고 있다.
이들 테러단체들은 정부요인·차량·공공기관 등 주요시설물·군경 등을 주요 공격대상으로 하고 있으며,지난 69년부터 금년 6월까지 이들에 의해 발생한 인명피해만도 9백명 이상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특히 올림픽과 만국박람회가 개최되는 올해들어 테러활동을 부쩍 강화,스페인 전역에서 13회에 걸쳐 사망 20여명,부상 40여명의 인명피해를 냈고 이중 다섯차례는 올림픽에 대비,삼엄한 경계망을 펴고 있는 바르셀로나에서 테러를 감행하는 저돌성을 보이고 있다.
ETA를 비롯한 테러세력들이 올해들어 테러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이유는 『올림픽과 박람회에 전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점을 역이용,자신들의 존재와 주장을 알리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는 한편 불상사를 막아보려는 중앙정부에 압력을 가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의도』라고 안전대책 총책을 맡고있는 라파엘 베라내무차관은 얘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스페인정부는 안전부문에 2억1천만달러(약 1천6백80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군경,청원경찰 등 4만5천명의 전문요원과 특수장비를 대거 투입하는 등 테러예방에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LA·서울대회에서 경험을 쌓은 한미 양국 관계기관으로부터 자문·협조를 얻어 국경수비에서부터 공항·항만경비,선수촌·기자촌·경기장 등 주요시설물 보호,요인경호,우범지대 방범,상수도·전기 등 사회 간접자본 안전관리에 이르기까지 총 1천5백개의 마스터플랜을 마련,올해초부터 본격적 비상경계 근무에 들어갔고 미·일·영·프랑스·러시아·한국 등 주요국가들과 공조체제를 구축해 테러단체들의 동향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폭탄테러 사전차단을 위해 대당 3백50만달러(약 28억원)를 호가하는 폭탄탐지차량,1백50만달러짜리 차량추적용 특수헬리콥터 2대 등 첨단장비를 구입했으며 세계 각국 VIP들이 묵을 호화유람선 선상호텔 경비를 위해 바르셀로나 항만에 잠수함 2척,수륙양용 감시전자로봇,미세한 움직임도 포착하는 1.2㎞의 전자보안망을 설치해 철통경비를 펼칠 것이라고 베라차관은 강조하고 있다.
특히 1백72개국 1만5천명의 선수단이 묵을 선수촌은 참새 한마리가 철조망에 앉아도 경보장치가 가동되는 2중 전기방책망,2백대의 특수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물샐틈 없는 경비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테러위협이 상존하고 있는 테러를 차단하느냐,못하느냐가 올림픽 성패를 가름할 최대변수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이번 올림픽을 단 한건의 불상사도 없이 안전히 치를 만반의 태세가 돼있다』고 안전대책위 공보담당 에라디오 하레뇨씨는 장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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