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가락에 실은 '옴마니반메흠' 한국 관객에 선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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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티베트 최고의 전통음악 가수 겔상 츄키(52.사진)가 9일 한국을 찾았다. 13일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리는 명상전문 인터넷 방송 '유나(Una)'의 개국 축하무대에 서기 위해서다.

그가 살고 있는 곳은 북인도 다람살라. 중국의 지배를 피해 옮겨온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곳이다. 남편 텐진 게치 데통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라마의 수석비서이자 망명정부의 국무총리다. "티베트 여권이 아닌 네덜란드 여권으로 여행한다"는 그의 말에서 나라 없는 국민의 비애가 느껴졌다.

츄키는 티베트의 세 개주(중앙 티베트.동북 티베트.동 티베트)의 전통음악과 티베트 불교 4개 종파의 불교 노래를 모두 소화해낸다. 전통 유목민 노래도 부른다. 티베트의 인간문화재 같은 존재다. 그는 티베트 전통문화를 젊은 세대에게 전수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티베트 음악 이외의 다른 음악은 듣지 않는다고 한다.

"티베트의 순수한 음악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중국의 지배 이후 티베트인은 세계로 뿔뿔이 흩어졌고, 또 그 나라의 음악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죠. 티베트 고유의 정체성이 담긴 음악을 보존하고 전수하는 게 제 역할입니다."

1996년 네덜란드에서 첫 콘서트를 연 이후 세계 곳곳에서 공연을 해왔다. 2003년에는 미국 음반사를 통해 첫 앨범 '보이스 프롬 타라'도 냈다. 맑고 고운 목소리 덕분에 미국과 유럽에서 '천사의 목소리'라는 찬사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네 번째 앨범 '송스 오브 밀라레빠(티베트 성자)'를 냈고, 밀라레빠의 생애를 그린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번이 네 번째 방한이라는 그는 한국 영화를 좋아하고, 한국에 오면 고향처럼 마음이 푸근해진다고 했다. 한국 공연에서는 '옴마니반메흠(진리를 구하는 주문)'과 '창카(술을 소재로 한 노래)' 두 노래가 가장 반응이 좋았다고 털어놓았다.

"불교 노래를 부르거나, 높은 음역의 노래를 부를 때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꽤 있어요. 같은 인종이라서 그럴까요. 티베트 음악이 한국인의 정서와 통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츄키는 이번 명상음악회 무대에서 아리랑 멜로디에 '옴마니반메흠' 가사를 얹은 노래도 부를 예정이다. 그는 네 번째 앨범에 '아미타불 기도문'을 아리랑 멜로디로 부른 '아미데와리'를 넣기도 했다.

"조국 티베트를 알리거나, 티베트 문화를 소개하는 공연이라면 전세계 어디라도 달려갈 겁니다. 기회가 되면 한국에서도 음반을 내고 싶습니다."

글.사진=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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