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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과 실험정신 박봉주 미술 재평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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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끊임없는 방랑벽과 왕성한 실험정신의 재야화가였던 지홍 박봉수 (1916∼1991년)―. 그의 타계 1주기를 맞아 다양했던 작품세계를 본격적으로 조명하고 재평가해보는 회고전이 26일부터 7월9일까지 서림화랑 기획으로 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 열린다. 이 전시회에는 박 화백의 30년대 이후 최근까지 50여 년에 걸친 대표작 50여 점이 화풍별로 나뉘어 전시된다. 또 전시기간 중 그의 대표작 2백50여 점의 컬러화보와 본격적인 평론(미술평론가 윤범모·김진송)·연보 등이 수록된 대형화집도 발간된다.
지난해 6월25일 75세를 일기로 타계한 박 화백은 평생을 시류에 타협하지 않고 독자적인 화업을 일궈온「구도의 화가」였다.
그는 구상과 추상, 전통과 현대, 수묵과 채색이라는 모든 미술장르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세계를 발표해「영원한 실험화가」라는 평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그의 작품세계는 한마디로 규정 지을 수 없을 정도다. 한가지의 화풍으로 평생을보내는 일반적인 화가들과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박 화백의 작품세계는 초기의 전통적 수묵화로부터 말년의 노끈을 이용한 입체작품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는 자신의 정신과 미학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수묵·채색은 물론 아크릴·유화물감 등 서양물감과 콜라주기법까지 동원했다.
그는 이 같은 다양하고 실험적인 작품세계에 대해 평소『진정한 그림은 소재와 대상에 따라 거기에 적합한 표현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피카소」나 「달리」·「샤갈」등 많은 거장들은 이처럼 다양한 표현방법을 모색해 왔다』고 강조했었다. 즉 자신의 작업은 일반적인 의미의 「실험」이 아니라 바로「완성」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박 화백이 평생 즐겨 그린 것은 불교의 세계, 그 중에서도 특히 불상이었다. 그가 마포 위에 석담채나 유채로 담은『청태 불상』은 매우 수준 높고 독특한 작품으로 평가받아왔다.
특히 그는 이미 50년대부터 한글·한문을 이용한「문자도」와 인체의 동세를 이용한「인체도」등 선구자적인 작품을 발표해 이후의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쳐왔다.
그는 늘『자연물과의 영적 대화와 명상(선정)을 통해 작품의 소재를 얻어왔다』고 밝혀왔다.
박 화백은 한번도 정식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타고난 방랑벽 때문에 어린시절부터 일본·중국 등지를 떠돌며 북경미술학원 등에서 잠깐씩 수업하며 독자적으로 그림을 익혔다. 해방이후에도 여전히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스케치를 하고 전시회를 열었다.
이 같은 방랑벽과 실험성 때문에 그의 작품세계는 국내에서 한번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 했었다. 오히려 프랑스·일본 등지에서 더 인정 받아왔다. 그는 지난 83년 한국화가로는 이응노·이항성에 이어 세 번째로 프랑스미술협회(ADAGP) 정회원이 되기도 했다.
이번 회고 전은 이 같은 박 화백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본격적으로 재평가하는 작업의 첫발자국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기간 중에는 관계전문가로 구성된 감정위원회가 그 동안 시중에 많이 나돈 가짜그림(주로 잉어·멧돼지그림 )을 가려 작품보증서를 발행해줄 예정이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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