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폭력·외설 만화 추방" 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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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일본의 폭력·외설적인 만화가 탈법적으로 무더기 출판돼 청소년들의 정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가운데 한일 양국 만화가·출판인들이 민간차원에서 이를 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한국만화가협회의 권영섭 회장 등 임원 5명은 지난 10∼14일 일본만화가협회를 방문, 한국·일본·대만·홍콩 등 4개국 만화가들이 공동 제작하는 만화잡지 발간과 만화작품의 상호교환에 합의하는 등 양국 만화 문화발전에 공동 노력하자고 뜻을 모았다.
한국측은 일본의 저질만화가 한국인들의 대일 인식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 향후 1년간 한국출판사와 만화저작권사용계약을 자제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일본만화의 한국진출은 교육적인 작품부터 제한적으로 시행할 것과 일본만화의 공식적인 진출에 앞서 한국만화의 일본소개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만화가협회는 한국 측의 이 같은 주장을 적극 검토키로 약속하는 한편 한국정부가 일본만화의 대한진출을 원천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규제들을 푸는데 한국만화가협회가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측은 양국간 공식적인 만화교류의 첫 계기로 20명의 한국 만화가 작품을 전달, 일본 출판사들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번 한국만화가협회의 방일은 강담사·소학관·집영사·학습연구사 등 일본 유수한 출판사들의 초청에 따라 이뤄졌다.
현재 외국만화의 국내 출판은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를 거치게돼 있는데다 간행물 윤리위원회가 일본만화의 국내 출판이 시기상조라고 판단, 심의를 원칙적으로 보류하고 있어 일본만화의 한국진출은 사실상 원천봉쇄 돼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저질 일본만화가 범람하는 것은 일부 만화출판업자들이 잡지에만 허용되는 사후심의라는 편법을 사용하거나 불법적으로 출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만화가협회 임원들의 방일이 국내 저질 일본만화의 추방을 위한 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만화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최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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