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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추리물 실용서 독서시장 양분 뚜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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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최근의 출판흐름이 재미와 실용성을 찾아 두 방향으로 나뉘어 도도히 흘러가고 있다. 한쪽의 흐름이『소설 동의보감』『소설 토정비결』『소설 목민심서』등 역사적 인물의 생애를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한 전기소설과 SF소설을 포함한 추리물 측이라면 다른 한쪽은 실생활에 직접적 도움을 주는 실용서들이다.
특히 실용서들은 최근 들어 독자들의 기호에 맞춰 분야별로 세분화되는 현상이 뚜렷하다. 이는 넓으나 엷은 지식보다 좁지만 깊은 지식을 요구하는 우리사회의 전문화 추세를 잘 반영한다.
역사적 인물의 전기소설과 추리소설이 잘 팔리는 것은 선진국의 경우 이 분야 독자층이 가장 두텁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당연한 흐름으로 서점가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장년층 이상의 영원한 벗」으로 통하는 역사적 인물의 전기나 평전의 출간이 외국에 비해 현저하게 뒤떨어진 게 국내출판계의 현실이고 보면 오히려 때늦은 감이 들 정도다.
추리소설 붐은 가위 폭발적이다. 개인소득 5천 달러가 넘으면 나타나는 사회현상의 한 특징으로 풀이된다.
고급추리소설을 찾는 잠재독자층이 두터워진 사실을 정확히 간파한 출판사들의 시의 적절한 대응도 한몫 거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실용서들의 세분화현상과 이 분야 전문출판사들의 눈부신 진출이 최근 출판계의 눈에 띄는 변화다.
가장 괄목할 성장을 보이고있는 부문은 경제·마케팅 분야.
작년까지만 해도『경제에세이』『알기 쉬운 경제이야기』류의 포괄적인 경제서들이 잘 팔렸지만 올 들어서부터 이같은 두루뭉 수리한 책들은 빛이 바랬다.
마케팅 관련서들의 경우『멀티레벨 마케팅』『다이렉트 마케팅』『텔레마케팅』『프랜차이즈 마케팅』에 이어 이제는『약국 마케팅』『백화점 마케팅』등 업종별 마케팅 도서가 선보일 정도.
이뿐만이 아니다. 어려운 법률·회계문제를 사례중심으로 쉽게 풀어쓰거나 취업·창업·은행이용법·정보수집법·신문이용법 등을 소개한 아이디어 도서들이 독립된 코너를 두어야 할 정도로 쏟아져 나왔다.
개인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소개한『이미지 메이킹』(김영사 간), 신문기사를 스크랩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담은『신문소프트』(정보성)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미지 메이킹』은 스테디셀러가 돼 지금까지 10만부 이상이 팔렸고,『신문소프트』도 수만부가 팔렸다.
취미생활도서도 예외가 아니다. 낚시·골프책도 80년대 말까지는『낚시 가이드』『골프교실』같은 포괄적인 책들이 주류를 이뤘지만 요즘은『붕어낚시』『쏘가리낚시』『여성골프』『골프채 14개 실전사용법』등으로 세분화되는 추세다.
난 기르기·가축 기르기 같은 책도 빠른 속도로 전문화·고급화되고 있다.
최근 독서경향이 가벼운 읽을거리 쪽으로 옮겨가는 것은 우려할 일이나 재미와 실용성을 찾는 불가피한 흐름이 출판의 전문화·세분화에 불을 댕기고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게 서점가의 중론이다. <최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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