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폭행 현장에 있던 맘보파 두목 사건 보도되자 캐나다로 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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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은 7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의혹 사건이 발생한 3월 8일 서방파 부두목 출신인 오모(54)씨가 폭행 현장인 청계산과 북창동에 있었던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조폭이 이번 폭행 사건에 간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서진 룸살롱 사건 때도 연루=오씨는 전남 신안 출신으로 조폭 세계에선 '맘보'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1986년 8월 서울 영동 '서진룸살롱 사건' 때 폭력조직 '맘보파'의 두목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서진룸살롱 사건은 '서울 목포파'와 '맘보파' 간의 조직 이탈에 따른 해묵은 감정과 세력다툼으로 벌어진 집단난투극. 이 사건에서 맘보파 조직원 4명이 흉기에 찔려 살해당했다. 당시 오씨는 서진룸살롱과 인근 다른 유흥업소에서 김태촌(58.구속집행정지 중.전 서방파 두목)씨가 벌인 술자리를 왔다갔다 해 변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는 70년대 서울 명동을 본거지로 한 '광주OB파'의 행동대원으로 활동하다 김태촌씨의 서방파에 합류했다고 한다. 서방파는 '인천 뉴송도호텔 사건' 등 대형 폭력 사건을 터뜨리면서 80~90년대 '양은이파''OB파'와 함께 3대 조폭집단으로 분류됐다. 오씨는 서방파의 계보를 잇는 '범서방파'의 부두목에 오르기도 했다. 80년대 중반 일부 조직원과 목포지역 조폭을 규합해 맘보파를 결성, 범서방파의 방계조직 역할을 했다.

90년 서울 천호동에서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던 오씨는 노태우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검거령을 내렸던 10대 폭력조직 두목과 간부 50명에 포함됐다. 당시 서방파 부두목으로 분류됐다. 그는 92년 김태촌씨의 범죄 행각을 수사기관에 진정한 손모(41)씨를 납치,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고 감금 폭행한 혐의로 서울지검에 검거되기도 했다.

◆ 최근엔 독자적으로 이권 개입=오씨는 최근 따로 조직원을 거느리지 않았지만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수사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특히 오락실과 유흥업소, 철거나 건설자재 공급 등 건설 분야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고 한다. 골프실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오씨가 한화그룹 관계자들과 평소 골프를 함께 쳤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검찰청의 한 고위 간부는 "맘보가 '한화 보복폭행 일을 자기가 다 처리했다'고 떠들고 다닌다는 첩보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피해자인 북창동 S클럽 종업원들이 김 회장 측에서 부르자마자 두 시간 만에 모두 간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그런 아이들(종업원들)은 경찰에서 불러도 '바쁘다''약속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곧바로 안 간다"고 설명했다. "한화 경호실이 오라고 해선 절대 안 갔을 것이고, 조폭의 위협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현재 오씨는 경찰이 조직폭력배로 분류해 동태를 파악하는 '관리대상'에 올라 있다. 그는 사건이 보도된 직후인 지난달 27일 캐나다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재.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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