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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되는 쓰레기 되가져오기(촛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일요일을 맞아 14일 1만여명의 행락객이 몰린 북한산 정릉계곡에는 그러나 예전의 쓰레기더미 「공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음주·가무·취사 등이 크게 줄어들면서 요즈음 근교 산마다 눈에 띄는 현상이다.
오후 5시30분 하산길.
『아빠 저쪽에 빈 깡통이 있어요.』 국민학교 2학년생인 세미양(8·청파국교 2학년1반)이 뛰어가 고사리손으로 자신의 비닐봉투에 주워 담는다.
손에 들린 검은 비닐봉투에는 나무젓가락·담배꽁초·빈음료수통 등이 제법 담겨 있다.
아빠·엄마를 따라 백운대 정상까지 다녀오는 길에 주워온 산쓰레기들.
『조금 무겁고 귀찮더라도 자기가 버린 쓰레기는 자기가 치워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환경교육과 함께 자립정신을 가르쳐주고 싶어서요.』
주말마다 정릉계곡을 찾는다는 세미양의 아버지 신철우씨(41·상업·서울 서계동)는 『신문지상에선 리우회담이다 뭐다 해서 거창한 말들을 많이 하지만 진정 자연을 사랑하는 것은 쓰레기 줍기와 같은 작은 실천에서 시작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아직도 등산객중 일부는 「입산할때 내는 돈은 뭐하고 관리공단 직원도 아닌 우리가 쓰레기를 치워야 하느냐」고 비아냥거리지만 쓰레기 되가져오기 운동은 확실히 정착돼가고 있습니다. 정릉계곡에서 일요일 하루에 발생하는 쓰레기량은 4t 정도로 지난해 10t 정도에 비하면 절대량도 줄었을뿐 아니라 회수쓰레기가 20%를 넘어 직원들은 최근전에는 엄두도 못내던 땅에 묻힌 쓰레기수거작업을 벌이고 있거든요.』
국립공원관리공단 정릉분소에 근무하는 황동환씨(40·단속담당)는 『산에서의 취사금지조치,기업체의 1사1산 보호운동,쓰레기 되가져오기 캠페인 등의 영향으로 쓰레기가 크게 줄고 계곡 물이 맑아져 전에는 정상 부근에서나 볼 수 있었던 송사리·도롱룡 등을 이제는 등산로 입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며 『우리산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최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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