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원 풀게된 콜 정부/독 해외파병 여야가 공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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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년쯤 평화유지군 참여 거의 확실/사회당서도 전투병만 아니면 “찬성”
일본에 이어 독일도 본격적인 해외파병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폴커 뤼에 독일 국방장관은 지난 9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연방군과 사회」라는 심포지엄에 참석,독일의 방위정책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93년중 유엔평화유지군에 독일 연방군이 참가하기를 바란다』고 말해 지금까지의 독일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뤼에장관은 이와 함께 연방군의 해외파병에 찬성하는 분위기기 이미 연방 하원내에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같은날 한스 올리히 클로제 사민당 원내총무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민당은 올 여름휴가철이 시작되기 전에 기본법(헌법)개정을 통해 연방군이 유엔 테두리 내에서 평화유지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해 조만간 기본법개정안을 연방하원에 제출할 것임을 시사했다.
독일 연방군의 해외파병 논의는 통일 직후부터 독일 여야간 현안이 돼왔다.
통일과 함께 명실상부한 강대국 지위를 되찾은 독일이 이제는 국력에 상응하는 국제적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논리로 헬무트 콜 총리의 집권 여당이 해외파병을 위한 기본법 개정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이 논쟁은 시작됐다.
콜총리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당시 독일통일을 우려의 눈빛으로 지켜보던 주변국으로부터 반발이 있었고 야당인 사민당은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이어 발발한 걸프전으로 독일군의 해외파병 논의는 국제화됐고 이는 콜총리쪽으로 유리하게 전개됐다. 당시 독일이 해외파병을 금지한 기본법 때문에 다국적군 참여가 불가능한 사실에 대해 미국 등 동맹국들로부터 비난이 일자 독일은 1백70억마르크의 전비를 약속하고 나토동맹국인 터키에 전투기 18대를 파견하는 등 무마에 나섰다.
이즈음 콜총리가 다시 해외파병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오자 사민당은 평화유지군에의 참여는 허용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후 계속되고 있는 이 논의에서 콜 정부는 전투부대의 해외파병까지 가능하도록 기본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개헌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사민당 입장은 현재로선 요지부동이다. 유엔평화유지군에의 참여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본법 개정을 위해선 연방하원에서 3분의 2이상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사민당 협조없인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사민당이 최근 기본법개정의 선수를 치고 있는 것은 전투병력의 해외파병까지 가능하도록 기본법을 개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콜정부의 시도를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독일은 이미 지난달 15일 캄보디아주둔 유엔평화유지군 소속으로 1백40명의 위생병을 파견했는데 야당협조로 가능했다. 당시 주변국에서는 아무런 반발도 없었다. 그러나 독일은 주변국들의 시선을 의식,이들 병사들을 군용기가 아닌 여객기로 현지에 파견했고 프놈펜에서도 「독일 연방공화국」이란 국가이름 없이 독일 국기만 부착된 군복을 입게 하는 등 배려를 했다.
독일이 전투부대까지 해외파병하는데 대해 아직은 독일 국민이나 주변국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평화유지군에 참여하는 것은 주변국들도 오히려 바라고 있어 일본과는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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