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주민 방사능 오염 증세”/러시아로 탈출한 북한하사 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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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오줌노랗고 설사… 사망자도/산에 땅굴파서 핵원료 은닉
【모스크바=김국후특파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북한핵시설 사찰결과 안전시설 등의 미비로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영변핵시설 종사자들과 이 시설 등을 관리·경비하는 군인·가족·인근 주민들이 방사능오염증세로 시달리고 있다는 증언이 나와 주목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북한 인민군 선임하사로 10여년간 복무한 후 구소련땅 시베리아에 있는 북한의 임업사업소근로자로 일하다 탈출,독립국가연합(CIS)의 한 공화국에 망명을 호소하고 있는 김철호씨(가명·신변안전상 구체적인 신상 등을 밝히지 못함)에 의해 드러났다.
지금까지 북한의 영변원자력지구의 방사능 유출오염에 대한 가능성을 추측하는 주장은 있었으나 이를 직접 목격한 북한 사람에 의해 구체적인 오염실태가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는 『영변원자력연구소 등 지역에서 일하는 연구자·군인과 가족·주민들 상당수가 원인모르게 앓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오줌이 노랗고 구토와 설사를 하는 등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하고 『그러한 증세로 죽은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현지종사자로부터 핵기폭장치는 제조했으나 실전에 투입될 핵탄두는 아직 완성하지 못한 것으로 들었다』며 『영변부근 깊은 산에 땅굴을 파고 중요핵원료·기자재 등을 모두 은닉시키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북한은 영변의 핵시설지구를 대외적으로는 「분강(옛지명)지구」로 부르고 원자력연구와 시설 등은 국가보위부·인민경비대·사회안전부 등으로 구성된 43여단(인민군 공식명칭)이 맡고 있으며 부대를 속칭 「김정일별동대」라고 부르고 있다』면서 『이 부대 창설당시 인민군대에서 제대했던 병력의 성분을 면밀히 조사,비밀엄수와 충성선서를 시킨 후 재복무형식을 취했다』고 폭로했다.
김씨는 자신이 인민군 복무시절 부대간 가상쌍방 전쟁훈련기획 등을 전담한 선임하사여서 영변핵시설 연구·실험·관리·경비 등을 전담하는 부대를 여러차례 방문,앓고있는 환자들을 직접 목격했으며 시베리아에 가기전 영변핵시설에 종사하고 있는 친구(특무상사)로부터 방사능 오염실태 등을 상세히 들었다고 주장했다.
국방연구원의 핵문제전문가 신성택박사(42)는 『지난 5월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이 촬영해온 북한의 영변지구 핵시설에 대한 필름을 면밀히 분석해 본 결과 안전시설이 극히 미비하거나 시설자체가 조잡해 방사능 유출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김씨의 주장이 신뢰성이 있으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박사는 특히 『북한의 원자력시설 자체가 천연우라늄과 흑연감속가스냉각로를 사용하고 있는 체르노빌형으로 안전성이 결여돼 서방선진국들은 인명·자연피해를 막기 위해 이런 형의 원자로를 폐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며 『핫셀(HOT CELL) 등 핵처리시설연료·기자재 등이 지하에 있을 경우 안전시설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방사능이 유출돼도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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