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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선의역사를바꾼명차] 시트로앵DS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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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시트로앵DS'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 탄생한 프랑스의 수퍼 모델 자동차다. 프랑스뿐 아니라 세계가 인정한 기술과 조형예술이 결합한 걸작품이다.

이 차가 1955년 파리 모터쇼에 선보였을 당시, 너무 파격적인 디자인에 관객들은 넋을 잃었다. 가오리처럼 납작하고 날카로운 선을 특징으로 하는 전형적인 쐐기형 스타일은 20세기 후반 시트로앵식 디자인의 출발을 예고했다. 75년까지 20여 년 동안 무려 146만 대가 판매된 이 차는 시트로앵DS라는 이름으로 프랑스 국민을 매료시켰다. 시트로앵DS는 프랑스의 예술을 상징하는 독창적인 세단으로 자리 잡았다. 또 '프랑스 대통령의 차'라는 명예를 얻게 됐다. 2차대전에서 프랑스를 해방한 영웅 드골 장군과 퐁피두 대통령이 전용차로 애용했고 프랑스를 방문했던 수많은 각국의 수반급 정객들이 탔다. 특히 드골 장군은 대통령으로 당선됐던 60년대 초에 방탄 시트로앵DS 덕분에 저격을 모면하면서 더욱 이 차를 사랑했다.

시트로앵DS가 프랑스의 프레스티지 카로 자리매김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 차는 당시 다른 메이커들이 엄두를 내지 못했던 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36년에 개발해 실용화한 하이드로뉴매틱(hydropneumatic) 서스펜션이다. 금속 스프링 대신 질소가스와 오일의 압력을 이용한 완충기형 시스템으로 이뤄진 이 서스펜션은 노면의 상태에 따라 차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획기적인 장치였다. 현재 고급 차에 적용하고 있는 첨단기술을 이미 50여 년 전에 실용화했던 것이다.

그 후 DS모델은 기본 스타일에서 좀 더 예리하고 환상적인 디자인으로 74년에 데뷔한 차세대 모델인 시트로앵CX에 영광의 자리를 물려주었다. CX 역시 지스카르데스탱 대통령의 차로 애용됐다. 하지만, 시트로앵은 기술의 선진화에 비해 초라한 경영으로 CX출시 후 푸조 자동차에 흡수되고 말았다.

전영선 한국자동차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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