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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시설 “핵무기 제조용 확실”/IAEA 북한 핵사찰과 정부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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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실험실로 보기엔 규모 방대/정부선 사고많은 「체르노빌형」에 우려
북한의 핵시설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이 이루어짐으로써 정부의 대북핵협상은 재처리시설의 폐기와 상화사찰촉구라는데로 집중되게 됐다.
핵선진국에서조차 플루토늄을 원료로 하는 고속증식로가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핵기술과 북한의 원자력기술을 감안하면 북한의 핵재처리시설 건설은 핵무기제조용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는 것.
우선 정부는 재처리시설임이 확인된 임시사찰결과를 근거로 대북촉구성명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오는 16일쯤으로 예상되는 제6차 핵통제공동위에서도 이를 강력히 촉구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제적인 압력은 약간 어려운 점이 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핵확산금지 조약상으로는 사찰만 받으면 재처리시설이라도 폐기를 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IAEA측도 현재까지의 수준으로는 압력을 넣는데 저극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관련 우방국들과 긴밀한 협력하에 북한의 재처리시설은 다른 나라에서와는 달리 핵무기확산을 위한 것임이 분명하다는 점을 부각시켜 국제여론을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 등 이 지역에 이해관계를 가진 우방국의 경우 재처리시설의 포기와 상호사찰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관계개선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바 있고 최근 유럽공동체의 12개국도 이같은 결정을 내려 대북압력에 가세해 이런 분위기를 일단 밀고 나간다는 생각.
현재 정부측이 IAEA의 비공식 보고를 어느 정도 심각한 상황으로 보는지는 알려지고 있지 않으나 대외적으로는 일단 기존입장을 고수한다는 것. 정부측은 북한의 핵시설이 예상외로 광범하고 상당한 규모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기술 수준 등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밀한 사찰이 더 이뤄져야 판단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정부가 걱정하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북한의 원자로가 흑연을 감속제로 쓰는 방식으로 엄청난 피해를 준 체르노빌의 원자로와 같은 형이라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전면폐쇄 요구가 나올 정도로 위험한 이 원자로에서 누출사고가 생길 경우 남한도 위험지역에 들어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임시사찰에서 또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은 재처리시설을 일부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거나,플루토늄을 신고용량 이상으로 추출 은닉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이 부분은 IAEA가 북한 원자력시설에서 수거해온 물질들을 검정하면 확인될 수 있는 부분이어서 결과에 따라서는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
정부는 이같은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조식 사찰이 아닌 정식사찰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이번 사찰로 감시장치 등을 부착시켜 사찰 이전에 위험한 가동이 없었다면 이제 신고된 시설에서의 동작은 거의 안심할 수 있는 단계가 됐다.
○IAEA 사찰
한스 블릭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북한 영변의 방사화학 실험실을 핵재처리시설로 재확인하고 공장규모라고 강조한 것은 IAEA가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의혹을 여전히 풀지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블릭스총장은 10일 이례적으로 자신이 지난달 북한을 방문했을때 촬영한 길이 1백80m의 대규모 방사화학 실험실 등 핵시설 비디오테이프를 공개,「눈짐작」만으로도 일단 의심해볼만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는 더욱이 방사화학실험실장비은폐 여부에 대해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며 그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않았다.
블릭스총장이 지난달 16일 북한을 방문한 직후 중국 북경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방사화학실험실은 내 용어로는 분명히 핵재처리공장』이라고 확언한데 이어 또다시 대목을 강조한 것은 내달 시작될 북한 정기핵사찰 교섭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번 이라크 핵사찰에서 IAEA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블릭스총장으로서는 이번에는 어떻게든 국제적 의혹의 대상인 북한 방사화학실험실 실체를 벗겨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끼고 있는 형편이다.
블릭스총장이 이날 자신의 북한사찰과 IAEA 임시사찰에 대한 보고에서 밝힌 내용을 음미해보면 IAEA는 다음번 북한에 대한 정기사찰에서 다음과 같은 대목의 확인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영변의 방사화학실험실이 공장규모로 대규모인 것은 북한이 밝힌 바와 달리 이미 상당량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능력을 갖춘 생산용 재처리시설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블릭스총장은 이날 이시영 빈주재 한국대사가 『공장규모의 재처리시설은 순수실험실 단계를 지나 상당량의 풀루토늄 추출이 가능한 시험생산단계(파일럿 플랜트)를 거치는 것이 상례 아니냐』는 질문에 『나도 같은 질문을 북한에 했다』고 응답했다.
여기서 블릭스총장도 역시 북한이 막바로 대형 「실험실」을 만든 것에 의문을 품고 있으며 『필요한 연료나 장비의 수입이 어려워 곧바로 대규모로 건설하고 있다』는 북한측 주장을 선뜻 납득할 수 없다는 인상을 풍겼다.
블릭스총장이 시각자료를 이용해 적접 「구두탄」을 쏜 것은 IAEA의 사찰의지가 그 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일단 8월쯤 실시될 대북정기사찰 결과를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전문가 의견
IAEA 핵사찰 전문가단에 의해 촬영된 북한의 핵관련 시설 필름은 그동안 우려해온 북한의 핵무기개발 의사와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 것으로 우리측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TV에 방영된 이 필름을 분석한 이창건 한국원자력연구소 연구위원(전한국원자력학회장)은 북한의 핵시설 규모나 제반여건으로 보아 주변국가에 큰 위협을 줄 정도라고 말하고 핵연료 저장시설,방사화학실험실 등의 안전관리는 허술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핵재처리시설로 집중적인 의심을 받아온 영변의 이른바 방사화학실험실은 1백80m 길이에 5층 높이의 건물로 「실험실」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생산공장으로,특히 재처리를 위한 필수시설인 세개의 핫셀(HOT CELL)이 눈길을 끌고 있다.
뚜꺼운 유리로 격리된 방에서 원격조정에 의해 원자로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자르고 용해해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분리해 내는 이 시설은 평화적 목적외에는 설치할 수 없는 금지품목의 하나다.<통일·국제·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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