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한 규칙 바뀌고 약점은 드러나고…아시아탁구 유럽에 밀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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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아시아남자탁구가 와해위기에 놓였다. 지난50년대 이후 중국·일본의 선도와 남북한의 뒷받침으로 근 40년간이나 세계무대를 평정해왔던 아시아남자탁구가 교류를 등한시, 통합에 성공한 유럽세의 뒷전으로 밀려나고있는 것이다. 54년 일본남자의 세계선수권 제패로 막을 연 아시아시대는 91년 지바선수권까지 38년간 21번의 세계대회에서 중국 10회, 일본 7회 등 모두 17번의 우승을 휩쓸며 절대강자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최근엔 92년 EC통합에 발맞춘 유럽이 지역권대회를 잇따라 개최, 실력을 향상시키고 국제무대에서 한 목소리로 아시아에 대항, 유리한 규칙개정을 끌어내며 각종대회를 석권하고 있는 것이다.
89, 91년 스웨덴의 세계대회 연패와 9일 끝난 월드올스타 서키트대회에서 발드너(스웨덴)·세이브(벨기에)·프리모락(크로아티아공)이 골고루 우승을 나누어 가진 것 등이 유럽세의 상향평준화를 입증해준다.
유럽남자탁구의 발전원동력은 유럽챔피언십, 유럽 톱12, 유럽리그 등 「유럽」을 앞세운 총 상금 5만달러(약 3천8백50만원)규모의 잇단 유럽대회와 스웨덴오픈·영국오픈·독일오픈 등 수십 가지의 굵직한 지역권대회를 통한 실력교류.
지난해 지바세계선수권에서 한 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던 유남규(유남규·동아증권)가 『나라가 다른 유럽선수들이 나의 단점을 서로 알려주고 대비책을 세우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실토했을 만큼 유럽선수들은 철저히 결속돼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의 이질러버를 견제키 위해 러버의 색깔을 적·흑으로 구분시킨 것(85년), 서비스를 손위 16㎝이상 띄우게 한 것(89년), 또 최근 세계선수권대회의 남자단체전에서 아시아선수들이 절대강세를 보이고있는 복식을 뺀 것 등이 모두유럽이 자기지역 선수들에게 유리하게끔 힘을 합쳐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반면 아시아는 중국이 패쇄적인 기술개발연구로 아시아 정상유지에도 급급한 실정이 된데다 오기무라 이치로 국제탁구연맹(ITTF) 회장 등 거물급인사와 재력을 갖춘 일본은 탈 아시아를 추구, 유럽세와 합세함으로써 아시아진영이 와해되고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규칙개정에서도 아시아는 단합이 못된데다 지역권대회도 일본오픈·중국오픈·홍콩오픈 등 세 가지에 불과하고 서로 대표급선수 파견을 기피, 우물안 개구리 신세로의 전락을 자초하고 있다.
한국도 김택수(대우증권), 유남규 등 세계정상권의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한국오픈」과 같은 국제대회 하나 없는 인색한 투자환경에다 실업팀은 곧 해체될 국정교과서와 군팀인 상무를 빼면 3팀(제일합섬·동아증권·대우증권)에 불과, 이런 척박한 토양에서 세계대회제패는 허망한 꿈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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