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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생명은 누가 책임지나”/일 자위대원 해외복무 꺼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민 합의없는 법마련에 보상문제는 뒷전/훈련도 없이 지뢰밭 갈 생각하면 앞이 캄캄
유엔평화유지활동(PKO) 협력법안의 일본 국회통과가 확실해지면서 해외에 파병될 자위대원들은 불안을 느끼고 있다.
국회에서 PKO법안을 놓고 여야가 승강이를 벌이지만 정작 해외에 나갈 자신들의 입장에 대해선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 가서 피땀을 흘릴 사람은 바로 자신들인데 훈련이나 보상에 관해선 아무도 얘기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는 PKO 법안에 반대하는 동경의 시민그룹들이 지난달 자위대원이나 그 가족들을 위해 설치한 「자위대원을 위한 다이얼101」 전화상담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문의전화중 가장 많은 것은 만일의 경우 어떤 보상을 받느냐는 것이다. 그중엔 자위대를 떠나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오키나와(충승)현 나하(나패)시 한 육상자위대 간부(40)는 『자위대 파견이나 파견형태에 관한 국민적 합의가 없는 가운데 파견이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하고,자민당이나 사회당 모두 자위대원들의 목소리는 전연 듣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자위대원은 캄보디아에 파병될 경우 가장 먼저 부닥칠 지뢰제거의 경우 상당기간의 전문훈련이 필요한데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도 없고 사망보상금도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삿포로(찰황)시 북부방면총감부의 한 자위관(42)은 『PKO법안에 기본적으로 찬성하나 국민적 합의없이 해외로 가라고 하면 기분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PKO법안은 PKO 종사자가 볼 수 있는 피해 보상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PKO법안 제16조는 『국제평화협력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자에게는 파견국의 환경 또는 국제평화협력업무의 특질에 따라 국제평화협력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따라서 일본 방위청은 지난번 걸프지역 해상기뢰제거를 위한 소해정을 파견했을 때처럼 방위청의 급여기준에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방위청은 소해작업시간과 그외 시간으로 나눠 승무원의 수당을 올려 지급했다. 방위청은 시간당 1백10엔인 폭발물 취급수당을 소해작업시에는 하루 1만6백엔으로,소해작업이외 시간에는 하루 3천7백엔으로 올려 지급했다. 작업중 사망할 경우 현행 보상금(최고 1천7백만엔)과 특별보상금 1천만엔,총리의 특별포상금 1천만엔 등 3천7백만엔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사망보상금은 경찰관보다 훨씬 적다. 일본 경찰의 경우 국내에서 순직했을때 최고 4천만엔이 지급된다.
훈련기간이 너무 짧은데 대해서도 불만이다. 캄보디아처럼 지뢰가 잔뜩 깔려있고 게릴라들이 준동하는 지역의 경우 이에 대한 충분한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PKO법안은 법안성립후 3개월이내 이를 시행토록하고 있다. 3개월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은 기간이다.
방위청의 한 간부는 『현지 풍토병 예방에 필요한 백신 몇대 맞는 동안 3개월이 지나가 훈련도 제대로 못한채 파견할 수 밖에 없다』고 실토했다. 의료진의 경우도 자위대 의무관은 진료시설이 부족한 곳에서 의료활동을 한 경험이 전혀 없다. 또 정수장치·야외수술시스팀·냉동냉장고·야외세탁시설 등을 열대지역에 맞도록 개조할 필요가 있으나 이에 대한 대비가 돼있지 않다.
자위대원들은 캄보디아등에 파견될때 지원제로 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많으나 아직 이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어 궁금하다.
지원제일 경우 싫으면 안갈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자신들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민들의 지지도 없는 가운데 마치 미운오리새끼처럼 눈치를 보며 가야하는 따분한 신세다.
지금까지 전투라곤 할 필요없는 「일본에서 가장 안전한 직업」으로 평가받던 일본 자위대 대원들은 PKO법안 때문에 전에 없던 큰 고민에 빠져있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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