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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Review] '모두가 미친 세상, 영원한 해독제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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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해냄, 248쪽, 1만2000원

'격외옹'(格外翁.격식을 버리고 살아가는 노인) 소설가 이외수. 강원도 화천군에 칩거하고 있는 그가 사랑의 노래를 하나 추가했다. 우리 시대의 참사랑을 203편의 감성 에세이에 녹였다. 단, 제목에 현혹되지 마시라. 격외옹은 여자를 넘어 우주에 대한 사랑을 읊는다. 또 그 사랑을 막는 허영.물욕.가식을 매섭게 질타한다.

그는 줄기차게 외친다. "무조건 사랑하라."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것은 오직 인간만이 만물을 사랑할 수 있는 가슴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인간의 품위는 사랑에서 비롯한다고 설파한다.

그 사랑을 막는 건 속물근성. 격외옹은 연애.교육.종교.정치.문단 등에 팽배한 비틀린 욕망을 잘근잘근 씹어댄다. 된장녀.된장남이 판치는 사회를 꾸짖고, 학문탐구가 항문탐구로 오도된 상아탑을 혼낸다. "대학 가서 미팅할래, 공장 가서 미싱할래" 같은 협박성 급훈이 고교 교실에 걸려있는 게 우리의 자화상. '꽃' 대신 '가짜 꽃(假花)'이 득세하는, 모든 이가 정신질환에 걸린 세상이다.

그가 내놓는 해독제는 사랑이다. 그리고 시다. 시간에 따라 변질하거나 타락하지 않는, 생명 그 자체에 대한 영원한 사랑이다. 재물.외형보다 자연.마음을 읽어내는 '눈'이다. "사랑은 결국 온 생애를 다 바쳐 아름다움의 반대말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그뿐이다"고 매듭짓는다. 61세 '노인'의 순수가 되레 철없어 보일 정도다. 세밀화가 정태련씨가 그린 한국의 야생화 55종도 곱고 곱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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