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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소설」을 위한 40대 홀로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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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금 소설이 심상치 않다. 소설은 자신의 진실된 혈통인 개인과 세상사이의 정직하고 팽팽한 불화의 정신을 망각하고 있다. 소설의 재미만이 미쳐 날뛸 뿐 소설의 형형한 정신은 마취되길 강요받는다. 진실을 아프게 껴안는 허구가 아니라, 진실을 쾌락으로 마취시키는 허구가 소설로서 횡행한다.
세기말에 다다라 소설을 향해 종말론과 상업주의가 더욱 위세를 부리는 오늘, 젊은 소설가 앞에 당면한 최고의 현안은 스러져가는 소설의 진실을 되살리는 일이다.
이념과 경향을 초월, 일단의 젊은 문학평론가들이 위와 같이 선언하며 갈수록 상업소설이 판치는 문단·독서시장에서 순수소설 수호에 나섰다. 권오룡·김사인·임우기·황현산·현준만씨 등 자유주의문학에서 급진주의문학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성향의 평론가 5명은 『소설의 진실과 21세기 삶의 희망을 위해 젊고 진실한 소설을 모아 읽히겠다』며 「21세기 작가총서 간행위원회」를 구성, 1차로 김성동·김원우·이인성·김영현씨의 작품선집 4권을 도서출판 솔을 통해 선보였다.
이문열·박범신·임철우·오정희·이창동·김한길씨 등의 작가로 이어지며 매달 1∼2권씩 펴내게 될 「21세기 작가총서」는 대상이 해방이후에 출생한 작가들로 제한된 것이 특징. 순수 한글세대의 작가들이 갖고있는 언어·문학의식을 역시 젊은 평론가들이 분석, 독자들이 새 세대의 소설과 비평의 감각·의식을 더불어 접할 수 있게 했다.
이같은 순 한글세대의 고집은 그러나 해방이전에 출생해 4·19를 전후해 문단에 나온 중진급 문인들, 즉 4·19세대에 대한 일정한 거리 두기로도 볼 수 있다.
「21세기 작가총서」는 80년대 폭압적 상황에 비껴선 초월적 교양주의, 혹은 합리주의나 전위적 실험문학에 체질적으로 거부감을 표시해오는 4·19세대에 일정한 불만을 품고있던 70, 80년대 등단문인들이 이제 21세기 문단주도를 위해 홀로 서기에 나선 한 징표다.
김성동(45)선집 『연꽃과 진흙』에는 「풍적」 「연꽃과 진흙」 「하산」 등 중·단편 9편이 실렸다.
김원우(45) 선집 『벌거벗은 마음』에는 표제중편 외에 「아득한 나날」 「이름의 멍에」 「탐험가」 「불면수심」등 5편의 중·단편이, 이인성(39)의 선집 『마지막 연애의 상상』에는 9편의 중·단편소설과 희곡 「잃어버린 사건」이 각각 수록됐다.
김영현(37)선집 『해남 가는 길』에는 「고도를 기다리며」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 등 중·단편 9편이 실렸다.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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