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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이 쓰레기장인가/치우는 사람 생각도 해야…(자,이제는…6)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일요일인 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엔 잔뜩흐린 날씨탓인지 관중이 평소의 절반을 조금 넘는 1만여명 정도였다.
OB­LG경기. 2회말 LG 6번타자 김동수가 장쾌한 솔로홈런을 터뜨리자 1루측 스탠드에 있던 30대 청년 2명은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일어나 손에 든 음료수깡통을 그라운드로 내던졌다. 열이 오른 관중 가운데 한 아가씨는 씹던 껌을 계단아래로 내뱉었고 40대 남자는 먹던 김밥을 바닥에 던져 발로 짓이기는 모습도 보였다.
9회 경기가 모두 끝난뒤 야구장은 관중들이 남기고 간 컵라면사발·껌조각·신문·땅콩껍질·포장지·꽁초 등으로 마치 쓰레기장.
구장미화원 이민숙씨(51)는 『평소 8t트럭 5대분은 기본이지요. 오늘같이 반도안찬 날은 양반입니다』라며 『버리는 놈 따로있고 줍는 사람 따로 있다』고 푸념했다.
「양반」이라는 이날 구장 쓰레기는 놀랍게도 웬만한 동 하루전체량과 맞먹는 트럭 2대분.
『말도 마세요. 입장객에게 나눠주는 비닐봉지가 되레 쓰레기로 돌변하는 지경입니다. 야간경기라도 벌어지면 곳곳에 토한 자국·깨진 소주병도 즐비하죠.』
체육시설 관리사업소직원 최용선씨(45)는 팬들의 상식이 아쉽다고 말한다.
프로야구 출범 11년. 제법 성숙해질때도 됐건만 해가 거듭될수록 반비례해 쓰레기는 늘어만간다. 과연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봉화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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