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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러시아의 홍콩' 개발 꿈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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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국이 만주 등 동북지방의 무역로 개척을 위해 러시아 극동항의 조차(租借)를 추진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중국의 계획은 연해주(프리모르스키)의 자루비노항을 49년 동안 빌려 이 곳을 자국 화물선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러시아의 홍콩'으로 만들겠다는 것.

자루비노항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 내륙으로 향하는 각종 화물과 관광객들을 가득 실은 일본과 한국의 화물.페리선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해주 해안지형을 따라 북한과 러시아의 국경이 맞닿아 있기 때문에 중국은 직접 동해로 진출할 항구가 없는 실정이다.

러시아가 아직 조차계획에 동의하지 않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최근 러시아 국경까지 6차선 고속도로를 완공했으며 자국 기업들에 러시아 정부가 조차를 인정하기 전까지 자루비노항을 보이콧할 것을 지시하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인근 포시에트항과 함께 자루비노항을 개발해 온 러시아 베르쿠트사의 모하메드 무스카노프 사장은 "오전 11시에 항구에 도착한 화물이 오후 3시면 중국으로 들어갈 수 있다"며 "중국이 이 항구에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상당한 금액의 투자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19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유럽국가들이 홍콩 등 중국의 영토를 조차하거나 점령해 왔지만 이제는 중국이 떠오르면서 러시아 영토를 조차하려 한다고 역사적인 평가를 내렸다.

문제는 러시아 땅에 '홍콩'이 생겨나는 것을 러시아 정부가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뉴욕 타임스는 러시아 정부가 중국의 조차계획에 의혹과 염려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세르게이 다르킨 연해주 주지사는 "정부는 이 지역을 자체 환적항으로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중국에 항구를 빌려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자체 계획과 자금으로 자루비노항 일대를 국제무역센터로 개발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지난 2일 연해주 당국이 이 지역에 순수 러시아 자본 1억달러를 투자해 컨테이너 및 벌크항을 건설할 것을 약속했으며, 5일에는 중국 국경지역들과 이어질 새로운 고속도로 기공식이 열렸다.

러시아 극동 해안지역을 포함한 연해주는 원래 중국 영토였으나 1860년 베이징(北京)조약으로 러시아 영토로 편입됐다. 특히 러시아 태평양함대 등의 군사기지로만 활용되던 극동 해안지역은 최근 동북아시아의 물류 중심기지로 각광받고 있다. 매년 여름이면 10만명의 중국 관광객들이 찾아들고 하얼빈 등 중국 동북지역 사람들이 한국.일본 등지로 왕래하는 직항로로 이용하는 등 활동인구와 경제활동 측면에서 볼 때 러시아인보다는 중국인들의 모습이 더 많이 눈에 띄는 지역이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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