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방범맨 한국보안공사 이광원 과장|"범인 잡아 경찰 넘길 때는 뿌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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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 1월3일부터 연재해온「한국의 명장」시리즈를 26회로 끝내고 새 기획「뛰는 직장인」을 싣는다. 널리 소개되지 않은 유망직종을 찾아 그 현장을 뛰는 주역의 생생한 체험과 에피소드로 엮어질「뛰는 직장인」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편집자주】
한국보안공사(사장 최관식) 이광원 운영과장(30)은 밤을 뛰는 직장인이다. 남들이 느긋한 마음으로 퇴근하기 시작하는 대 여섯 시에 출근해 다음날 아침9시까지 올빼미 근무에 들어가는 이른바「방범맨」인 것이다.
각종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방범맨들은 민간차원에서「범죄와의 전쟁」의 일선을 뛰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때문에 방범맨들은 다소의 위험부담도 감수해야 하는 특이한 직종이다. 이 같은 직종상 특성으로 방범맨들은 선후배간「군기」가 여느 직장보다 확실히 서있는 편이다.
이씨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 30여명이 넘는 부하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고졸자인 이씨의 빠른 진급은 현재의 회사에 지난 85년 가을 창립멤버로 입사한 덕도 있지만 방범이란 직종이 체질에 맞아 열심히 근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방범맨들은 본사에 설치된 중앙통제소의 연락을 받고 출동한다. 중앙통제소에는 은행·기업·주택 등 가입자 건물에 설치된 방범센서와 연결된 컴퓨터통제장치가 있어 범인들이 감지되면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는 방범차량에 출동지시를 내린다.
『입사 6개월쯤 된 어느 날 새벽 2시에 첫 출동을 나갔습니다. 서울 휘경동의 한 전자제품대리점이었는데 후문 출구를 지키고 있다가 뛰어나오는 범인과 격투를 벌였지요. 전혀 떨리지도 않았고 범인을 잡아 경찰에 넘겨주니 오히려 뿌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이씨는 또 자신이 방범분야에 나름대로의「후각」이 발달됐다고 자부한다.『지난해 여름 가리봉의 한 건물에 침입자가 들어왔다는 사실이 방범센서를 통해 포착됐어요. 대원들과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건물 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범인을 발견하지 못해 돌아가려던 참이었어요. 저는 당시 지원출동을 나갔는데 아무래도 어딘가 숨어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다시 뒤져보자고 했지요. 아니나 다를까 바깥으로 향한 베란다 쪽에 범인이 엎드려 있더군요. 구식 3층짜리 빌딩이라 대원들이 미처 베란다를 생각하지 못했던 거지요.』이외에도 이씨는 지금까지 40회 이상을 야간 출동, 현장에서 범인을 불잡아 넘긴 것만도 10여 차례에 이른다. 이씨의 경우 이 같은 방범맨 생활이 체질에 맞고 이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지만 힘든 일을 기피하는 사회풍조 탓에 방범맨 구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한다. 더구나 방범맨은 격투기의 유단자여야 하며 금은방·은행 등을 지켜야하는 까닭에 신원도 확실해야 하는 등 다소 까다로운 자격조건도 있다. 날로 범죄가 증가하는데도 방범맨의 공급이이에 따라가지 못하는 업계의 현실은 이런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근무 조건과 임금도 대기업수준에 못지 않은 등 장점도 있다. 이씨의 경우 월급은 90만원을 약간 넘는 수준이며 방범·경비사업이 계속 확대되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장래도 보장된 셈이다.
『방범맨은 의지가 있는 젊은이라면 해볼만한 직업입니다. 다소 위험이 있다지만 실제 보호장구 등을 잘 갖추고 범인을 제압하기 때문에 부상 등에 대해서는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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