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고객을 모셔오게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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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권유.추천 마케팅'이 은행 업계에 확산하고 있다. 자기가 거래하는 은행 상품을 주변 사람에게 이용하도록 권유하면 은행은 기존 고객에게 상품권이나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마케팅이다. 기존 고객이 다른 고객을 끌어온다고 해서 'MGM'(Members Get Members)으로 불리는 이 마케팅 기법은 개인금융(PB) 영업 가운데 가장 효과가 좋은 제도로 알려져 은행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5월 한 달간 주변인으로부터 소개를 받은 고객이 '정겨운 대출'을 받으면 소개해 준 사람에게 할인점 상품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3일 시작했다.

이벤트에 참여하려면 소개해 준 사람과 소개 받은 사람이 함께 지점을 방문해 신분증을 제시하고 대출받으면 된다. '정겨운 대출'은 소득이 없거나 증빙할 수 있는 서류 발급이 어려웠던 주부 등 그동안 대출 시장에서 외면당했던 사람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소득 증빙 방법을 다양화한 대출 상품이다.

SC제일은행 방제현 개인신용여신부 이사는 "이미 대출 상품을 써 본 고객이 상품을 소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은행원이 고객에게 상품을 소개하는 것보다 훨씬 신뢰감이 간다"며 "이런 이유로 MGM 마케팅이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기존 PB센터 고객이 새로운 고객을 추천하면 신규 고객의 거래 금액에 따라 고객에게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GW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추천 고객과 신규 가입 고객 모두에게 포인트를 제공하며 적립된 포인트로 골프용품.가전.건강용품.호텔식사권 등 다양한 선물을 살 수 있다. 예를 들어 신규 고객이 3억원 이상 거래하면 추천 고객과 신규 고객에게 각각 1포인트씩 적립해 준다. 국민은행은 또 '명품여성통장' 가입 고객이 다른 사람에게 이 상품을 추천하면 양쪽 모두에게 최고 연 0.2%포인트까지 우대금리를 주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 PB 영업을 중점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라며 "PB 영업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기법으로 MGM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올해부터 기존 고객이 중소기업을 소개해 주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알토란 MGM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소개해 준 고객에게는 롯데호텔 식사권, 국내여행상품권 등을 제공하고 신규 중소기업에는 ▶공항 VIP 라운지 이용권 ▶부동산 매각지원서비스 ▶종합경영자문뿐만 아니라 종업원 연수까지 해 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불과 4개월 만에 여신 1786억원, 수신 209억원, 외환 870만 달러의 실적을 올릴 정도로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PB 고객이 신규 고객을 소개할 경우 유치 금액에 따라 경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MGM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를 통해 지난해 100명의 고객, 3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유치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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