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행정 의혹 철저한 규명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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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보건사회부가 이번 메탄올사건과 관련,국립보건원장과 약정국장을 즉각 직위해제하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사건의 객관적인 조사를 위한 조처로 보인다.
제약업계를 감시하고 감독해야 할 책무는 보사부 본연의 업무다. 의약품의 제조공정이 합당한가,그 속에 인체에 유해한 성분은 들어있지 않은가를 조사하는건 보사부 소관이다. 징코민이란 의약품에 메탄올성분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미리 가려내지 못한 것도 보사부로선 직무유기인데,소비자단체가 조사해낸 결과를 제약회사에 유리하게 변명하고 비호까지 했으니 이는 국민에 대해 명백한 배임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보사부가 검사를 한다면서 고의적으로 해당검사품의 수거범위를 한정하고 겉껍질을 벗긴채 검사를 했다는데서 관련공무원과 제약업체의 은밀한 유착의 냄새를 맡게 된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는 보사부 의뢰에 따른 국립보건원의 메탄올 함유검사가 과연 객관적이고 엄정했느냐,또 이번 사건과 관련한 공무원과 제약회사간에 거래가 있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안필준보사부장관이 중앙일보와의 단독인터뷰에서 보사부안의 구조적 비리를 인정하면서 『자신의 인사권에 한계를 느껴 그동안 손을 대지 못했다』고 한 말은 매우 시사적이다.
해당 행정부서의 최고책임자인 장관이 부내의 구조적 비리를 인지하면서도 관계자를 손대기가 어려웠다면 그 비리는 얼마나 거대한 뿌리를 가졌으며,얼마나 단단한 줄을 등에 업고 있단 말인가. 검찰은 최근 만연돼 가는 공무원들의 기강해이 현상과 늘어가는 비리와 독직사건을 척결한다는 차원에서도 이번 메탄올사건을 철저히 발본색원하길 바란다.
이번 사건의 파장은 해당약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의약행정의 비리와 부실은 해당약품과 같은 종류의 약품,나아가서는 전체 의약품의 품질과 유해성 여부에까지 확산될 위험이 있다. 「한 일을 보면 열 일을 짐작할 수 있다」는 우리 속담대로 보사부의 의약품 행정전반이 신뢰를 잃기에 이르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국은 의약품은 물론 식품·위생과 의료 등 보사행정 전반에 걸쳐서도 근본적인 반성과 시정이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민생활의 질서는 행정기관의 권위와 권능이 튼튼하고 신뢰를 받아야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공권력이 권위를 잃고 신뢰를 상실하면 국법질서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우리가 공권력의 부패나 비리를 경계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메탄올사건의 철저한 규명과 응징은 정권말기의 권력누수와 기강해이는 물론 이로 인한 국법질서와 사회정의의 문란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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