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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찾아줍니다”/헤어진 가족·전우 등 「상봉 복덕방」 성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4년간 2천5백건 성사/원한·채무관계 부탁 사양/옛사랑 소식묻는 고객도
『사람을 찾아줍니다.』
헤어진 가족·친척·전우·동창 등을 전문적으로 찾아주는 이색복덕방(?)이 있다. 서울 창신동 이스턴호텔 뒷골목을 따라 동대문시장 안쪽으로 30m쯤 들어선 허름한 건물 3층 「한겨레상봉회」(실장 김학준·32).
김씨가 4년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세살때 부모의 죽음으로 헤어진 두 누나를 6개월동안 찾아헤맨 끝에 상봉한 일이 계기가 돼 시작한 「심인복덕방」에는 광고를 보거나 소문을 들은 「고객」들이 한달에 1백50여명 찾아온다.
대부분 헤어진 가족·친척을 찾아달라는 것이지만 그중엔 학창시절 친구나 월남전때 생사를 같이했던 전우를 찾는 경우도 심심찮다. 드물게는 젊은날 헤어진 옛사랑의 소식을 궁금해하는 중년남성도 찾아온다.
『간혹 채무관계나 원한관계로 사람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의뢰는 절대 사양하지요.』
끊어진 인연의 끈을 잇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우선 찾는 사람 이름을 전국의 전화번호부에서 뒤적이지만 여기서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4명의 직원들이 전국을 누비며 의뢰인이 기억하는 주소지에서 출발,주민등록·호적을 추적하고 때로는 찾는 사람이 살던 마을의 노인이나 주변사람들로부터 소문을 듣는 「탐문」도 한다.
이때문에 비용도 건마다 달라 2만∼3만원에서 최고 50여만원까지 천차만별이지만 교통비·식대 등 소요경비와 사무실 유지비 정도만 청구한다는 원칙은 잃지 않는다. 자신이 이별의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4년동안 2천5백여건의 만남을 성사시켰지요.』
짧게는 1주일,길게는 6개월이 걸리는 「상봉작전」에서 성공하는 경우는 전체 의뢰건수의 70%선.
지난해 11월에는 가정형편으로 여섯살때 양녀로 보내졌던 안모씨(39)가 옛 동네·친어머니 이름만 갖고 어머니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해와 경찰청 협조로 전국의 같은 이름을 가진 60세 이상 25명의 명단을 컴퓨터로 뽑아낸뒤 이들을 일일이 조사,결국 약 한달만에 32년만의 감격적 모녀상봉을 주선하기도 했다.
『90년 잠시 시도했던 중국교포를 통한 남북이산가족간 생사확인·서신교환작업을 다시 본격화하고 싶습니다.』
이제 만남의 범위를 분단의 장벽 너머까지 확대해보겠다는 김씨의 꿈이다.<이현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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