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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일기예보 높은 적중률로 국내 정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대기의 운동을 좌우하는 기온·기압·바람·습도·수증기량등 각종 기상요소를 수학공식에 집어넣어 일정시간후의 기상요소값을 컴퓨터로 계산, 예측함으로써 일기예보의 적중률을 높이는 수치예보가 국내에서도 자리잡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까지 일본의 수치예보 자료를 받아 활용하던 것을 지난해 3월부터 자체 수치예보체제로 전환했으며 지난 3월에는 극동아시아모델을 개량, 적용한 결과 서울지역의 24시간 강수예상도의 적중률이 과거의 78%에서 83%(일본은 84%)로, 36시간 예상도의 경우는 75%에서 76%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의 각 요소는 서로 복잡하게 영향을 받고있으나 이들 요소간에는 열역학 제1법칙, 뉴튼의 운동법칙, 기체상태방정식등 물리학의 기본법칙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복잡한 수식을 사용해 이것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계산해낼 수 있다.
예를들면 현재 기상청에서는 한국을 중심으로한 극동지역전체의 지상 10∼12km에 이르는 대기공간을 약 4만5천개의 작은 공간으로 나눠 각 교차점(격자점)의 값으로 환산해 3시간 간격으로 48시간후까지의 수치로 바꾸고있다.
기상청 수치예보과는 매일 오전·오후 9시의 기상값을 오전·오후 12시까지 수집해 4시간만에 6종의 상층일기도와 3시간 간격의 강수예상도를 만들어 예보관실로 보낸다.
하나의 예상일기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2백60억번의 계산을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처야 한다. 이 계산은 물론 슈퍼컴퓨터를 이용해야 하며 기상청에서는 자체 슈퍼컴이 없기 때문에 대덕 시스팀공학연구소의 클레이 2S를 이용하고있다. 하루 2시간10분 정도 사용하고 있으며 사용료만도 연간 약 5억2천만원에 이른다. 기상청의 예보·분석용 컴퓨터(사이버 932)도 하루 6시간씩 동원되고있다.
이런 수치예보는 미국이 55년, 일본이 60년, 대만이 88년, 중국이 90년부터 시작했으며 모두가 슈퍼컴퓨터 1∼2대를 보유하고있다.
신경섭 수치예보과장(기상학박사)은 『수치예보는 기상학적인 지식과 컴퓨터공학이 합쳐 만들어내는 첨단의 예보방식』이라며 『올해안으로 최고·최저기온을 계산해 내고 태풍의 진로도 60시간 전에 예상하는 새로운 수치모델을 개발하겠으며 내년에는 강수확률도 과학적 근거에 의해 계산해낼 예정』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수치예보과의 김기영 기상기좌도 『수치예보기술이 좀더 발전한다면 기상예보문안까지도 컴퓨터로 작성하는 날이 있을 것』이라며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자체 슈퍼컴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애요소. 앞으로 태풍예보를 비롯해 보다 세분된 격자점을 이용하려면 하루 5∼6시간씩 사용해야하며, 이경우 엄청난 사용료도 문제지만 일정시간안에 계산을 끝내야 하는 특수성 때문에 슈퍼컴 자체보유는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신과장은 컴퓨터를 많이 쓸수록 일기예보 적중률도 높아지게 마련이라며 『기상청의 5∼6년치 컴퓨터 유지·이용료면 자체 슈퍼컴을 갖출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전산직 연구원의 유치를 위한 대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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