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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성장 中 쓰는재미 '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 장면1
"휴대폰이요? 일년에 한번은 바꾸는 것 같아요. 친구들도 그렇구요"

상하이에서도 외국계 기업들이 많이 몰려 있는 창닝취(張寧區)의 한 스타벅스 커피숍에서 만난 팡얀후아(여·25)씨. 휴대폰 교환 주기를 묻는 말에 자신의 애니콜을 만지며 이렇게 대답했다.

"고장이 나서 그러는 건 아니에요. 그냥 최신 모델로 바꾸고 싶은 생각에 그러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전에 쓰던 노키아 휴대폰은 온라인에 200위안(약 2만4000원)에 팔고 얼마 전 2800위안(약 33만6000원)을 주고 샀어요."

중국은 이미 소비 인구의 척도로 쓰인다는 휴대전화 가입자가 4억6108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분의 1 수준에 도달했다. 휴대전화 단말기는 신규 수요보다 교환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계 기업에서 2년차 근무하고 있다는 그는 월급이 4600위안이라고 공개했다. 상하이 대졸 초임 평균이 2600위안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스타벅스는 주로 회사 사람들하고 같이 오지만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친구들과 와서 27위안(약 3200원) 하는 카페라떼를 주문한다고 한다.

# 장면 2

상하이에서 자동차를 타면 34.3%에 달하는 중국의 연간 승용차 시장 성장률을 확인할 수 있다.

출퇴근 시간 도로 혼잡은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거리와 다른 점은 길거리에 몰려든 차종들. 경차 마티즈를 모방한 QQ에서 최고급 롤스로이스까지 세계 모든 차종이 모여 있다.

상하이폭스바겐의 산타나와 상하이GM의 뷰익 등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아우디와 BMW 등 고급 차종도 쉽게 눈에 띈다. 대부분 출고된지 2~3년 안쪽으로 보인다. 중국 전체에 자동차 메이커가 201개에 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중국은 관용차 수요가 주를 이뤘지만 이미 상하이만큼은 마이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봐도 됩니다. 마이카를 넘어 배기량을 올리려 매장을 찾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상하이에 진출한 동펑르어다기아차의 김대권 차장의 설명이다. 중국 전체의 올해 승용차 수요는 500만대 규모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 장면 3

중국에서 가장 활기찬 도시 상하이. 그중에서 '중화제일상가'라 불리우는 난징루는 상하이 지역 전체의 쇼핑 3분의1이 이뤄진다는 상하이 최대 번화가다. 동서로 1031m 길게 뻗은 보행자 전용 도로에 들어선 대규모 백화점만 20여개에 이른다.


상하이 난징루의 화려한 모습.

건물 곳곳에는 누구나 알만한 명품 의류와 화장품, 시계 광고판이 밝은 빛을 내며 보행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상하이 관광에서도 필수 코스로 꼽히는 이곳은 쇼핑객과 내외국인 관관객들로 언제나 북새통이다.

가장 큰 백화점은 전면 개조를 거쳐 2005년5월 재개장한 신스졔(新世界)백화점. 12층 건물 한쪽 내부가 천장까지 뚤려 시원한 느낌을 주는 이 백화점도 바깥 거리만큼은 못하지만 쇼핑객들로 붐볐다. 이곳에서 6층 나이키 매장에서 판매하는 트레이닝 복 한벌은 1000위안(12만여원) 내외로 한국에 비해 다소 싼 편이지만 중국 물가를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가격이다. 그러나 매장직원은 "없어서 못팔 지경"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으로 명품을 주로 취급하는 영안(永安)백화점도 마찬가지. 최고급 시계와 가죽제품으로 유명한 까르띠에 매장에서 모녀로 보이는 쇼핑객이 가방을 고르고 있었다.

이곳 하겐다즈 매장의 아이스크림이 미국 현지의 5배 가격에 팔릴 정도로 난징루의 물가는 높다. 따라서 아직까지 일반 시민에게는 아이쇼핑 장소일 뿐이다. 실제 쇼핑을 하는 사람들은 외국인 관광객들과 부동산 투자 등으로 큰 돈을 번 상위계층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외국계 기업을 중심으로 한 빠른 임금상승으로 쇼핑 계층이 급속히 확대되는 추세다. 상하이에는 세계 500대 기업 중 450여개가 진출해 있으며, 이들 외에도 대졸 초임으로 4000위안 넘게 지급하는 외국계 회사는 수천개에 이른다.

한 한국계 회사 파견 직원은 "중국인 사원을 채용하려 하면 최근 몇 년 사이에 달라는 임금 수준이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 근로자는 이직이 잦고, 새로운 직장에 들어갈 때마다 이전 회사보다 훨씬 많은 월급을 받는 게 보통이다.

상주인구 1815만명의 인구를 보유한 상하이 1인당 GDP가 평균 7000달러를 넘어선 것도 이러한 외국계 투자기업 때문에 가능했다. 1인당 GDP는 2년 내에 1만달러 돌파를 예상할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소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주민들의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 정부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부터 2010년까지로 잡은 '11차 5개년' 계획의 최대 핵심은 내수 진작이다. 수출 위주의 경제경책으로 대미의존도가 너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공산당 정부는 소비 유도를 위해 이미 1995년 주5일제를 도입했다. 저축에 대한 이자소득세율은 1999년 이후 20%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공무원 급여 인상, 의무교육 및 최저임금, 의료 보험, 연금보험 확대 정책이 가계 소비 증가를 부채질한다. 중국이 수출 위주에서 소비 위주로 경제패턴을 바꾸자 소비가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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