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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조양은 또…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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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 12면

조양은씨가 14일 오후 긴급 체포 후 조사를 받고 유치장에 입감(入監)되기 위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오후 11시30분 서울 강남구 역삼동 M호텔 객실에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요원들이 들이닥쳤다. 이들의 타깃은 옛 ‘양은이파’ 보스 조양은(57)씨. 이 호텔에서 넉 달째 장기투숙 중이었다. 1998년 교도소를 나설 때 성경을 들고 “폭력배 두목 조양은은 없어진 지 이미 오래”라고 말했던 주인공이다. 이후 실직한 노숙자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에 참가하고, 신학대학원을 졸업해 전도사가 됐다.

룸살롱서 재떨이로 폭행, 수억원 갈취 혐의 … 조씨는 부인

그러나 경찰에 따르면 그는 평범한 전도사가 아니었다. 2005년 10월 6일 새벽 2시, 역삼동의 한 룸살롱. 조씨가 재떨이를 움켜쥐고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알게 된 황모(47)씨의 머리를 강타했다. “태도가 건방지다”는 것이 이유였다. 재떨이에다 얼음통ㆍ유리컵으로 얻어 맞은 황씨는 머리에 20바늘을 꿰맸다.

조씨는 사업가 박모(46)씨에게서 수억원을 빼앗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조씨가 최근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돈을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씨는 부인하고 있다. 14일 오후 2시30분쯤 조씨가 조사받는 광역수사대에 부인 김모(41)씨와 변호사가 찾아와 조씨를 만났다. 변호사는 “조양은씨가 많이 우울해한다. 손을 씻고 열심히 살아가려 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잘못한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저녁 용산경찰서로 옮겨가면서 조씨는 취재기자에게 “전혀 (혐의를) 인정 안 합니다”라며 두 차례나 반복했다.

경찰은 혐의가 확인되면 15일 조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번에 구속되면 네 번째다. 그는 1980년 이후에만 모두 18년 동안 복역했다.

조양은이라는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75년 1월의 ‘명동 사보이호텔 기습사건’ 때다. 당시 오종철파 행동대장이던 조씨는 ‘신상사파’ 신년회장을 급습했다. 조씨 일파는 생선회칼과 야구방망이 등을 들고 맨주먹으로 대항하던 신상사파를 초토화시켰다. 이때부터 조폭의 싸움에 ‘연장’이 사용됐다.

3년 뒤 조씨는 ‘양은이파’를 결성해 김태촌씨의 ‘서방파’, 이동재씨의 광주 ‘OB파’와 함께 ‘3대 패밀리’로 떠올랐다. 그러다 80년 신군부 집권 이후 범죄단체 결성 혐의로 구속돼 15년형을 선고받고 95년 만기 출소했다. 출소 직전 그는 옥중에서 29세의 동시통역사와 약혼해 화제를 뿌렸으며 출소 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조용기 목사 주례로 결혼식을 올렸다. 96년 자서전『어둠 속에 솟구치는 불빛』을 출간했다. 이를 바탕으로 자전적 영화 ‘보스’를 만들고, 직접 출연하면서 음지를 벗어나는 듯했다.

그러나 96년 8월 H그룹 윤모 회장을 위협해 시가 2억원 상당의 스키장 및 리조트 회원권 8장을 빼앗은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됐다. 그리고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98년 8월 두 번째 출소 당시 조씨는 “이제는 진짜로 신앙생활에 전념하겠다”고 다짐했다. 노숙자의 발을 씻겨준 것은 이 무렵이다.

하지만 2001년 거액의 외화를 빼돌려 필리핀을 드나들며 도박을 벌이고, 영화 ‘보스’ 출연 배우들과 스태프를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세 번째로 구속됐다. 조씨는 출소 후 다시 손을 씻겠다고 다짐했고 2002년 신학대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4년에는 서울 역삼동에 음식점을 열었다가 폐업했고 카지노에서 거액을 날리는 우여곡절 끝에 이번에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한남대 이창무(경찰행정학) 교수는 “조폭들은 범죄 성향이 강하고 범죄 기회가 더 많기 때문에 적절한 예방 시스템이 없으면 재범을 저지르기 쉽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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