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기교환」변칙현장/지점장들 전주 찾아나서/은행금리규제 별무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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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특검피하고 「실적」올려 큰재미
「꺾기교환」이라는 또다른 변칙금융기법의 등장은 당국의 규제가 아무리 강해도 경제논리를 이기지는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본보 25일자 참조>
다음의 사례는 꺾기교환이라는게 얼마나 자연스럽게 출현하게 됐는지 그 과정을 잘 말해준다. 중소기업을 하는 K사장은 은행대출을 받기 위해 평소 거래하던 C지점장을 찾아갔다. K사장은 운영자금조로 2억원이 필요하다며 선처를 부탁하고 꺾기(소위 대출과 관련된 비자발적인 예금)는 은행사정대로 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2억원 대출의 경우 전에는 보통 3억원을 대출받아 그중 1억원을 도로 꺾는 정도였으나 K사장은 4억원 대출에 그중 절반인 2억원을 꺾는 것은 어떠냐고 까지 제의했다.
그러나 C지점장은 요즘은 은행감독원의 특검이 잦아 그같은 꺾기예금을 취급하기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검사에서 적발돼 문책당하는 것도 문제지만 사실은 그 이전에 대출할 여유가 없는 것이 더 큰 이유다. 한은이 지난달부터 지준부족은행에 과태료를 매기는 등 통화관리를 대폭 강화하자 신규대출은 커녕 만기가 되는 대출금중 일부는 회수해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은행장사의 기본이 예금을 받아 대출하는 것인데 예금이 시원치 않은 상태에서는 대출을 할 수 없게 된 것이고,대출여유가 생겼다 해도 꺾기를 못하게 하니 대출수지를 제대로 맞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고 본점에서 사정이 그러하니 손놓고 쉬라 할리도 만무하다.
궁지에 몰린 C지점장이 생각해낸 것이 바로 꺾기교환센터다. 대출재원 또는 꺾기용 자금을 외부에서 끌어들이는 동시에 꺾기특검도 피할 수 있는 묘안인 것이다.
여유자금이 있는 기금이나 사채업자 등 전주를 찾아가 실세금리대로 이자를 주겠다며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것이다. 부동산도 재미없고 증시는 언제 회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실세금리대로 자금을 굴려주겠다며 은행지점장이 머리를 조아리니 전주들이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꺾기교환의 이같은 생성과정은 가격(금리)을 포함한 각종 규제는 명백한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규제의 강도가 높아져도 특별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
전혀 다른 차원의 꺾기라 당국의 검사로도 찾아낼 수 없을 뿐더러 은행의 사채알선을 조장하는 결과를 빚어내고 만 것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은행지점의 영업실적은 「꺾기교환센터」를 가진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가 판이하게 차이난다』고 말했다. 따라서 요즘 은행지점장들은 친지나 고객들의 소개로 서울 명동·강남등지로 자금줄이 튼튼한 전주를 찾아다니는데 동분서주하고 있다는게 은행직원들의 얘기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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