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라면왕' 이철호씨 인천에 '리틀 노르웨이'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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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노르웨이에서 '누들 킹(라면 왕)'으로 불리는 이철호(72.사진)씨가 인천에 '리틀 노르웨이 타운'을 만든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소강국 노르웨이를 한국에 알리려는 활동의 일환이다. 이를 위해 30일 현지 수산업계 경영자들과 한국을 방문한 그는 "곧 인천시 관계자들을 만나 타운 건설에 필요한 부지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선은 냉동창고부터 지을 계획이다. 노르웨이 근해에서 잡은 연어.대구.고등어.골뱅이를 수송해와 보관하는 곳이다.

"지금은 현지 생선을 한국으로 수입하려면 보통 석 달씩 걸리죠. 그런데 앞으로 이곳의 냉동창고를 이용하면 물건을 확인하고 바로 사갈 수 있게 됩니다." 사업 초기엔 3~4개 노르웨이 수산회사가 참여하지만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런 다음 바이킹 문화와 역사를 보여주는 시설을 차차 갖춰나갈 생각이다.

70을 넘긴 나이지만 그는 요즘도 새 사업 추진에 여념이 없다. 현지인들이 안 먹는 해산물을 한국이나 중국으로 수출하는 일이다. "성게.해삼. 골뱅이가 바다에 널려 있어요. 한 사람이 서너 시간이면 20리터 한 통을 채울 수 있지요." 현지에 해산물 요리학교를 설립하는 계획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프로야라는 작은 섬마을에 씨푸드 아카데미를 세워 요리를 가르치고 경연대회도 연다는 구상이다. 요리대회 우승자에겐 부상으로 물개들이 사는 작은 바위섬을 하나씩 주기로 시 측과 이미 협의가 끝났다고 한다. 그는 6000개의 바위섬으로 구성된 프로야시의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그가 1980년대 후반 노르웨이에 처음 알린 라면은 지금도 인기가 높다. 일본의 닛신식품 등 약 30개 제품이 시판되고 있지만 그의 브랜드 '미스터 리' 라면이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6.25 때 허벅지에 큰 부상을 입고 치료차 19세때인 1954년 노르웨이로 온 그는 호텔 주방장을 거쳐 식품사업으로 뿌리를 내렸다. '노력하면 못 이룰 것이 없다' 는 선친의 말씀을 생활신조로 삼고 있는 그는 지금도 항공여행 때 이코노미석을 이용할 정도로 검소하다.

오슬로=심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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