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지원 기록한 장부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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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한의사협회가 2004년 4.15총선을 전후해 특별회비를 모금해 일부 국회의원 후보에게 집행한 것으로 보이는 통장거래 목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의협이 현직 의원뿐 아니라 총선 과정에서 후보자들에게도 뒷돈을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공개된 대한의사협회의 '2004 특별회비' 보조부원장(은행 계좌에 담긴 거래 내역을 기록하는 장부의 보조장부)에는 의협이 17대 총선을 전후해 일부 후보에게 돈을 지출한 것으로 보이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장부는 지난해 4월 퇴임한 김재정 전 의협회장 시절 만들어진 것으로 4.15총선 전 지출한 뒤 5월께 의협 총무국에서 사후 결재한 것이다.

총선 직후인 2004년 5월 10일자 보통예금 '1112'에는 '부산시의사회 국회의원 후보'라는 명목으로 1494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와 있다. 전표 번호는 '0510002'로 '2004 특별회비'로 분류됐다. 다른 보조부원장인 '1113' 정기예금에는 2004년 5월 17일자로 '(서울시) 구로구의사회 국회의원 후보'라는 명목 하에 1068만원이 출금됐다.

보조부원장에는 또 부산.전주.대구시 의사회와 서울시 노원구 의사회 등이 250만~740만원을 들여 후보자 초청 토론회를 연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의협은 의료계의 정치 세력화를 위해 25억원 이상의 특별 자금을 회원들로부터 모금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오래전 일이어서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의협이 지출을 기획한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올라온 특별회비 지출을 결재만 해 정확한 용처를 모른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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