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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축구 에 호나우두 있다면, 음악 엔 이들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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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조르지 아라거웅

"심장 박동 닮은 것이 삼바 리듬"

삼바의 대중화를 이끈 브라질의 국민가수, 조르지 아라거웅.

내한 공연이 확정된 자리에서 그는 되레 기자에게 "한국은 왜 그렇게 전자제품을 잘 만드는가"부터 물었다. 초소형 노트북과 디지털 카메라를 갖고 다니며, PDA로 일정관리를 하는 그는 10월 한국에 오면 전자제품 쇼핑부터 할 것 같다. 잘 지워지지 않는 한국산 네임펜에도 '오! 코리아'를 감탄하는 그다.

마음 좋은 이웃집 아저씨처럼 푸근한 인상이지만, 그는 세계적인 음악의 거장이다. 미국.유럽 등 전 세계를 돌며 공연한다. 뛰어난 작곡가일 뿐 아니라 각종 전통악기도 능숙하게 연주한다. 1970년대부터 젊은 작곡가.음악가들과 함께 삼바에 대한 새로운 연구와 실험을 이끌어 왔다.

-삼바의 매력은 어디에 있나.

"리듬의 형태가 매우 자연스럽다. 리듬이 심장 박동과 비슷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어떤 종류의 음악도 삼바로 만들 수 있다. 삼바 리듬에 그런 테크닉이 있다."

-브라질 음악이 위세를 떨치는 이유가 있을까.

"삼바와 보사노바는 가사는 슬퍼도 리듬이 사람을 사로잡는다. 기쁨을 주는 리듬 때문에 사랑받는 것 같다. 다음 앨범에서는 보사노바도 시도할 것이다."

-가수 이전에 작곡가라고 소개한다.

"처음부터 가수가 될 생각은 없었다. 작곡을 하다 보니 주위 사람들도 권유하고, 작곡자가 노래하면 느낌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 노래를 시작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노래한다."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마음속 평화와 사랑이다. 평화롭고 가정적인 분위기에서 자랐다. 저녁이 되면 가족들이 모여 손잡고 기도했다. 그런 성장배경이 내 음악에 많은 영향을 줬다. 지금도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크다. 투병 중인 어머니에게서 용기와 힘을 얻는다."

-음악에 서민적 정서가 물씬 풍긴다.

"서민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음악에 녹여 넣으면 그들을 음악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골치 아픈 사회적 문제도 음악으로 표현해 서민들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다."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66년 만든 첫 곡 '말란드로'가 큰 히트를 치며 지금도 많이 불리는 것을 볼 때다. 그리고 딸을 위해 만든 자장가 '코이징야 도 파이'가 브라질 전역에서 애창되는 노래가 됐을 때도 감격스러웠다."

-한국도 전통음악과 씨름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전통적인 것을 젊은이들에게 그냥 던져주지 않고, 그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포장해 전해준다. 결국 젊은 세대의 마인드와 취향을 감안하며 전통을 물려주는 것이다."

-동양 음악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일본 전통음악을 많이 듣고 있다. 음악뿐 아니라 동양 철학.종교에도 관심이 많다. 한국 전통음악도 연구해 삼바에 한국적인 요소를 섞어보고 싶다. 내게 음악은 무한한 도전이요, 실험이다."

상파울루= 정현목 기자

이천 '원 월드 페스티벌'에서 만나요

올가을 경기도 이천시 설봉공원에서 열리는 '원 월드 뮤직페스티벌'은 국내 최대 규모의 월드뮤직 행사다. 전 세계에서 모이는 참가 뮤지션들의 수준과 규모(15개국.20여 개 팀)가 대단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며, 문화관광부.국무총리 복권위원회가 후원한다. 가수 한대수씨가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대중음악 평론가 송기철씨가 예술감독을 맡았다.

한대수 위원장은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든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음악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라며 "음악 매니어뿐 아니라 가족 단위의 일반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 축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쿠바 최고의 인기그룹 '로스 방방', 쿠바의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파블로 밀라네스, 세네갈의 월드스타 이스마엘 루, 남아공의 월드 록스타 자니 클렉, 스페인 최고의 크로스오버 플라멩코 기타리스트 비센테 아미고 등이 참가한다. 윤상.정수년.로스 안데스 등 한국 뮤지션도 무대에 오른다. 세계 악기 체험 및 전통의상 전시, 설치 미술, 세계음악 세미나 등 부대 행사도 풍성하게 마련된다. 입장료는 5000원(미성년).1만원. 입장 수익은 전액 소외계층에 기부된다.

이반 린스

"소금 치듯 … 전통에 다른 문화 섞죠"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빙 이후 브라질 최고의 작곡가 겸 가수로 꼽히는 이반 린스. 그의 음악과 명성은 브라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1980년대 초 미국의 유명 프로듀서 퀸시 존스에게 발탁된 그는 조지 벤슨의 앨범 등에 참여했으며, 앨범 '브라질(Brazil)'로 그래미상을 받았다. 로맨틱한 멜로디에 삼바의 스윙을 가미하는 그는 엘라 피츠제랄드.사라 본.데이브 그루신 등 거장들과 활동하며 브라질 음악의 세계화에 기여했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4년 전 한국 음악 관계자에게서 선물 받은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앨범을 보여주며 "들어보니 한국 음악에 아름다운 멜로디가 무척 많다. 꿈에 그리던 한국 공연이 성사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또 "한국 음악을 더 연구해 한국적 요소가 섞인 음악을 한국 팬에게 들려주겠다"고 약속했다.

-브라질 음악이 세계적으로 인기다.

"브라질은 다민족 국가라서 노래에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리고 브라질 문화의 특징이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리도 소금 함량 등을 엄격히 지키지 않고 자유롭게 넣기 때문에 다른 맛이 난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퓨전 음악이다. 다른 음악과 섞이는 것에 대해 전혀 거부감이 없다."

-브라질 음악이 다른 음악과 잘 섞이는 이유는.

"음악을 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자유다. 자유를 생각하면 재즈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재즈는 스타일 못지않게 뮤지션의 태도가 중요하다. 자유로운 생각을 하면 음악이 잘 섞이고, 작품도 좋은 게 나온다."

-미국에서 유명 뮤지션들과 활동하며 얻은 게 있다면.

"브라질 내에서는 전통리듬을 갖고 음악을 만든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재즈 등 다른 음악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내 음악에는 모든 문화와 리듬이 다 들어 있다. 미국 뮤지션들은 내 음악에서 브라질 전통 멜로디뿐 아니라 자신들과 통하는 요소도 발견한다. 그들과 교류하며 브라질 음악의 특징인 '탈(脫) 규칙성'을 가르쳐 준다."

-보사노바의 인기 비결은 뭔가.

"보사노바를 들으면 세상의 나쁜 기운이 사라지고, 자신의 내면과 만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보사노바의 고향인 리우데자네이루는 자연이 아름답기 때문에 일상에서도 기쁨이 넘친다. 그런 기쁨 때문에 음악에 대한 관심도 생긴다. 음악을 만들 때도 기쁜 마음으로 만드니 좋은 음악이 나오지 않겠는가."

-퓨전에 성공한 뮤지션이다. 한국 음악에 조언을 한다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양 음악 자체가 서양 음악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전통만을 고수하는 게 아닐까. 동양 음악은 규칙에 묶여 있기 때문에 퓨전이 쉽지 않지만, 서양 음악과 섞이게 되면 세계로 퍼질 수 있다. 요즘 뉴에이지 뮤지션 가운데 그런 시도를 하는 이가 많다."

리우데자네이루=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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