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입맛 따르니 히트상품 절로 나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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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20면

신인섭 기자

“맨땅에서(from scratch) 갈고 닦은 실력으로 신용카드 대전에서 선두 레이스를 펼치겠다.”

LG카드 최고정보책임자(CIO)로 발탁된 조일순 이사

금융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여성으로 최고정보책임자(CIO)가 된 LG카드의 조일순(49) 정보시스템담당 이사에게선 칼날 같은 예리함과 실크 같은 부드러움이 동시에 묻어나왔다.

LG카드의 신임 이종호 사장이 최근 발탁인사를 통해 조 이사를 기용한 것도 두 능력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카드사와 은행이 영업대전이 벌일 때엔 더욱 그렇다. 신한카드와의 통합으로 전산센터를 옮겨야 하는 등 굵직한 사내 현안도 눈앞에 놓여 있다.

그는 “그동안 2030ㆍ레이디 카드, 스타일 카드, GS칼텍스 제휴카드처럼 나름대로 히트상품을 내놓았지만 요즘은 긴장도가 더하다”고 말했다. 최근 하나은행의 마이웨이 카드가 파격적 혜택으로 돌풍을 일으킨 데다 LG카드에서 상사(사장)로 모셨던 박해춘 우리은행장이 카드영업을 공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토목공사보다 더 정밀한 작업이 필요합니다. 카드를 긁었는데 할인 혜택이나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으면 고객 한 명을 잃어버리니 마음만 급하다고 될 일이 아니지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은근함이 오히려 무기가 되는 셈이다. 그는 업계에선 내공을 인정받는 전문가다. KAIST 경영공학 박사를 딴 그는 서울 올림픽과 금융실명제 전산화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한국IBM의 금융서비스 분야 실장을 거친 여성 IT전문가 1세대다. LG카드에선 2004년부터 일했다.

그는 스피드와 유연성이 한국 카드사의 IT 수준을 넘버원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고객 취향이 워낙 빠르게 변하다 보니 몇 달 만에 신종 서비스를 내놓아야 할 때가 많은데 이런 상황에 적응하다 보니 실력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 본사의 지침을 따르는 수준인 외국계 회사와 달리 맨땅에서 해결책을 찾다 보니 경쟁력이 커졌다”고 했다. 다시 불 붙은 카드대전에서 그가 어떤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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